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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시장개입의 오만

지난 68년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는 불경기를 우려해 통화팽창정책을 내놓았다. 하지만 이 조치는 역설적으로 경기회복기에 들어서 효과를 나타내면서 인플레이션을 불러왔다. 또 FRB는 74년에 인플레이션을 염려해 긴축정책을 폈다. 그 정책은 1년 만에 불경기를 초래하는 오류를 되풀이했다. 중앙은행의 개입을 최소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던 대표적인 경제학자가 16일 타계한 통화주의학파의 창시자 밀턴 프리드먼이다. 프리드먼을 위시해 시장 자율의 중요성을 외친 시카고학파는 사람들이 경제는 가능한 정보를 모두 활용해 미래를 예측하는 ‘합리적 기대’에 따라 움직인다고 봤다. 따라서 정부의 지나친 개입은 효과를 거두기는커녕 장기적으로 혼란만 가중시킬 뿐이라는 지적이다. 프리드먼은 금융정책의 불확실성과 예측불가능성을 경제 혼란의 주범으로 지목했다. 만일 그가 부동산정책을 둘러싼 오늘날 한국의 금융정책을 언급했다면 어떻게 평가했을까. 오르는 집값을 잡겠다며 예고도 없이 주택담보대출 창구를 막아버리더니 하루도 안돼 ‘총량규제는 없다’며 발뺌하는 금융 당국은 그의 시각에서 시장 개입을 문제 해결의 만능으로 보는 ‘오만한 관료집단’으로 표현되지 않았을까. 대출이 막혀버린 17일 오전 기자가 찾았던 영업점에서는 정부의 ‘오만’이 앞으로 치러야 할 대가를 예고해주고 있었다. 은행의 대출담당자는 이미 대출 신청이 끝난 한 고객의 대출기표를 서두르고 있었다. 당장 자금이 필요한 건 아니지만 대출이 막히기 전에 추가적인 이자를 내고라도 대출을 받아놓기 위해서다. 이날 은행을 찾은 한 고객은 ‘기가 막히다’는 말만 연발했다. 그는 “2004년 집을 살 호기를 놓쳤던 것도 정부를 믿었기 때문인데, 이제는 대출이 필요해 은행을 찾아도 돈줄을 막아놓기까지 하냐”고 분통을 터뜨렸다. ‘정부 정책을 믿어서는 안되며, 정부가 갑자기 정책을 바꾸는 것도 예삿일’이라는 명제가 앞으로 우리 국민들이 경제에 참여하며 내릴 ‘합리적 기대’가 되지 않을까. 거칠게 시장을 다루는 금융 당국의 오만함은 국민(시장참여자)을 만만하게 보고 있는 게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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