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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8년 대림산업은 당시 이란에서 캉간 제1 가스정제공장 프로젝트 공사를 진행하고 있었다. 이라크 공군의 공습으로 인명피해가 발생했으나 1990년 성공적으로 프로젝트를 완료했다. 이란은 이런 우리 기업에 '피를 나눈 형제'라는 칭송을 아끼지 않았다.
이란은 이처럼 우리 기업들이 피와 땀으로 일궈놓은 주요 건설시장이다. 하지만 유엔 제재에 동참하면서 건설·플랜트 수주 파이낸싱이 사실상 막힘에 따라 그 시장을 현재 러시아와 중국이 장악해나가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건설업계의 한 고위관계자는 "이란 건설시장은 잃어버린 중동의 '아틀란티스'로 봐야 한다"며 "유가 하락으로 중동 지역 수주가 급감해 해외사업에서 고전하고 있는 건설업계에 이란 핵협상 타결은 '가뭄 속 단비'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실제 해외건설협회에 따르면 올해 들어 중동 지역 수주액은 총 40억7,000만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 140억1,000만달러에 비해 3분의1 수준으로 쪼그라들었다. 국제유가 하락으로 재정이 악화된 중동 국가들이 플랜트 발주를 크게 줄인 탓이다.
이런 상황에서 제재 해제 이후 가스·정유 등 플랜트 공사는 물론 토목·건축 프로젝트의 대거 발주가 예상되는 이란은 국내 건설사들에 새로운 기회의 땅이 될 것으로 보인다.
GS건설의 한 관계자는 "이란은 원유 매장량이 세계 4위인데다 가스 매장량도 세계 2위일 정도로 중동에서 시장잠재력이 사우디아라비아 다음으로 큰 국가"라면서 "제재 해제 이후 오일 메이저들이 이란에 본격적으로 투자하게 되면 플랜트와 기반시설 공사 발주가 대폭 늘어나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쌍용건설의 한 관계자도 "석유 수출 수익이 이란의 재정기여도에 막대한 비중을 차지하는 만큼 유전지대 개발사업과 이와 연계된 플랜트 사업이 우선적으로 추진될 것으로 관측된다"고 설명했다.
건설업계는 특히 그동안 경제제재로 공사 진행이 더뎠거나 착공이 지연됐던 사업들이 이번 핵협상 타결로 속속 재개될 것으로 보고 있다.
대림산업 관계자는 "2009년 이란에서 사우스파 가스처리시설 12단계 공사를 수주했는데 2010년 이란 제재가 시작된 후 공사 진척이 더뎌 겨우 작업을 이어가고 있는 상태"라며 "하지만 앞으로 제재가 풀리면 공사가 본격적으로 진행될 것"이라고 말했다. GS건설 역시 수주 이후 착공도 못하고 중단된 사우스파 6·7·8단계 사업이 다시 재개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아울러 국내 기업들이 그간 이란 시장에서 확보한 신뢰가 향후 대규모 수주 경쟁에서 큰 힘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런 가운데 중국과 러시아 기업은 국내 건설업계가 넘어야 할 산으로 부상하고 있다. 서방 기업들의 이란 진출이 중단된 후 이들 국가의 기업들이 이란에 대거 진출해 시장을 장악하고 있기 때문이다.
건설업계의 한 관계자는 "서방의 제재를 틈타 이란에 진출한 중국 기업들은 가격경쟁력을 갖추고 있는데다 중국과 이란 정부가 가까운 관계를 유지하고 있어 이란 시장에서 한국 업체들과의 치열한 경쟁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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