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건설업계는 주택시장의 침체로 인한 민간 건설경기의 위축과 공공 건설투자 축소에 따른 일감부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일반적으로 시장이 어렵거나 물량이 축소되면 업체 간 수주경쟁이 치열해지고 이는 덤핑 입찰에 따른 저가 낙찰로 이어진다. 이런 현실이다 보니 건설업체는 공사 수주를 위해서 입찰 때 업체의 기술력을 반영한 시공 가능한 가격이 아닌 수주가 가능한 가격에 맞춰 응찰할 수밖에 없다.
이에 더해 공사비 산정기준인 실적공사비와 최저가 낙찰제 등 제도적 환경과 공사비 부당삭감 등 발주기관의 불합리한 관행은 건설업체의 채산성을 더욱 악화시키고 있다. 한 연구에 따르면 표본 추출한 공사의 67%에서 적자가 발생했으며 특히 규모가 작은 공사의 평균 실행률이 109%라는 조사결과도 있다.
일부에서는 이러한 건설업체의 적자 수주를 믿을 수 없다는 반응도 있다. 그러나 손해를 보더라도 수주가 불가피한 현실은 상위 100위권 건설사 중 35개사가 워크아웃ㆍ법정관리 및 대주단 협약에 가입한 것만 봐도 그 실상을 알 수 있다.
공사비에 미치지 못하는 저가 수주는 원도급업체뿐 아니라 하도급업체의 공사비에도 영향을 줄 수밖에 없고 이런 상황에서는 제대로 된 시공을 기대하기 어렵다. 이는 우리 사회가 추구하는 기회 균등을 통한 상생 발전이나 시설물의 품질향상과는 거리가 먼 것이다. 이는 결국 국민과 기업, 정부 모두에게 손해로 귀결될 수밖에 없다.
발주기관이 예산을 아끼기 위해 노력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예산 절감이 건설업체의 적자 시공으로 이어지는 현실은 반드시 고쳐져야 한다. 국내 건설산업이 기술 경쟁력을 키워 해외로 진출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들기 위해서는 가격보다는 품질을 중시하는 방향으로 공사비 산정기준과 입찰제도가 개선돼야 한다.
물론 기술 경쟁력 강화와 건설공사 품질 향상을 위한 건설업계의 자체적인 노력도 필요하다. 그러나 무엇보다 우선돼야 할 것은 제값 주고 제대로 시공하는 여건을 조성하려는 정부의 노력이다. 선진국들은 공공공사 발주에 있어 무조건적인 예산 절감보다는 사업 특성에 맞춰 적정한 공사비를 책정하는 정책을 펴고 있다. 공공공사 규모가 과거에 비해 축소될 수밖에 없는 우리 현실에서도 무조건적인 최저가 입찰보다는 발주처의 요구에 맞는 창의적인 시공이 이뤄질 수 있도록 공공공사 발주제도의 전면적인 혁신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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