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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 부품업계 "통상임금은 목의 가시… 범위 명문화 시급"

업계 인건비 부담 눈덩이

영세업체 폐업 속출 우려

고문수(앞줄 오른쪽) 한국자동차산업협동조합 전무가 15일 서울 서초동 한국자동차산업회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이날 조합 측은 "통상임금 범위가 법으로 정해져야 한다"면서 "근로시간 단축법이 강행될 경우 부품 산업이 위기를 맞게 된다"고 호소했다. /권욱 기자

"밖에서 보기에는 '손톱 밑 가시'로 보이겠지만 업계 입장에서는 '목의 가시'입니다. 통상임금 범위 명문화가 시급합니다."

국내 자동차 부품업계를 대변하는 한국자동차산업협동조합(KAICA)의 고문식 전무는 15일 이같이 호소했다.

KAICA와 회원사 대표 30여명은 이날 서울 서초동 한국자동차산업회관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통상임금과 근로시간 단축 등에 대한 성명을 발표했다. 신달석 KAICA 이사장은 "정부의 행정예규대로 법적인 통상임금 산정 범위를 '1임금 산정기간 내 지급되는 금품'으로 명시해야 한다"며 "그렇지 않으면 자동차 부품업계의 인건비 부담이 눈덩이처럼 불어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어 그는 "이 결과 중국 등지로의 생산기지 이전과 '바이백(해외 생산기지로부터의 부품 수급)' 확대, 영세업체의 폐업 등이 뒤따를 것"이라고 예상했다.

한국고용노사관계학회의 지난해 보고서에 따르면 정기상여금이 통상임금에 포함될 경우 향후 국내 자동차 부품업체는 연간 5,914억원의 인건비를 추가 부담해야 한다. 인건비가 전년 대비 9.4% 증가함에 따라 투자는 13% 줄고 고용은 7,516명 감소할 것으로 보고서는 내다봤다.

부품업체 네오텍의 최병훈 대표는 "실제로 자동차 전선 연결과 같이 손이 많이 가는 작업은 이미 중국 웨이하이(威海) 등지에서 이뤄진다"면서 "한국 내 비용부담 증가는 중국 등 저임금국으로의 생산시설 이전을 부추길 것"이라고 강조했다.



KAICA는 정부가 통상임금 산정 범위의 명문화와 함께 노사협상의 기준과 가이드라인을 제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노조의 협의 의무를 신설하는 방안, 자율적 합의가 이뤄질 때까지 '신의성실의 원칙'을 적용해 인건비 소급청구를 방지하는 방안도 제안했다.

근로시간 단축에 대한 우려도 나왔다. KAICA 측은 "근로시간이 주당 68시간에서 52시간으로 줄면 생산량이 13.7% 감소한다"며 "신규 채용이 어려운 중소기업은 생산원가 상승과 가격경쟁력 약화, 수출감소 등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국산 완성차 회사 7개사에 거래하는 1·2차 협력사는 약 4,000여곳이며 이들을 포함한 전체 자동차 부품업계의 수출 규모는 지난해 261억달러에 달했다. 자동차 부품 분야 무역수지 흑자 규모는 212억달러로 한국 전체 무역수지 흑자(440억달러)의 48.2%를 차지했다

부품업체 리한의 박인철 회장은 "후발주자로서 자동차 산업에서 성공한 나라가 한국뿐인데 지금 상황은 폭발하기 직전의 화약고나 마찬가지"라고 성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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