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까지 그 동안 회사를 다니며 모아둔 돈 가운데 상당액을 주식에 투자했던 30대 회사원 이모씨. 그는 최근 보유 주식 대부분을 현금으로 회수했다. 증시 급락이 있던 지난 8월 이후 "좋아지겠지, 좋아질거야"라는 주문을 수없이 외며 원금 회복을 기다렸지만 결국 일부를 손절을 할 수밖에 없었다. 어떤 날은 얼굴도 모르는 유럽 정상들의 회의 결과가 좋았다고 주가가 오르더니 다음날에는 생전 가보지도 못한 국가의 신용등급이 강등됐다며 주가가 떨어지는 일이 반복되다 보니 차라리 현금으로 쥐고 있는 게 낫겠다 싶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막상 보유 자산을 현금화 하고 나니 돈을 불릴 대안이 전혀 생각나지 않았다. 물가 상승률을 고려할 때 예금 금리는 여전히 마이너스나 마찬가지고, 채권 수익률도 변변찮았다. 이씨는 "현금을 들고 이것저것 투자대안을 생각해 봤는데 도무지 떠오르지 않아 다시 주식시장을 기웃거리기 시작했다"며 "큰 욕심 없이 지금 있는 돈을 조금이라도 불릴 수 있으면 좋겠는데 방법을 모르겠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이씨처럼 불확실성 장세에 주식투자는 주저하면서 현금 자산 확보는 중요시하는 투자자들에게 연말 고배당주에 관심을 가질 것을 조언하고 있다. 12월 결산법인의 경우 오는 27일까지 주식을 산다면 배당을 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 아직 배당주 투자가 늦지 않았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현금배당을 받지 않더라도 최근과 같이 증시 불안정기에는 배당락일에 근접해 배당주에 투자하는 것이 시세차익 극대화에 유리하다고 평가하고 있다. 고배당주의 경우 일반적으로 연말로 갈수록 주가가 강세를 보이기 때문에 배당락일 직전 매도를 통해 차익을 노리는 전략도 가능하다는 것이다. 다만 앞으로 주식을 계속 보유하게 될 경우까지 감안할 때 고배당주 가운데서도 이익모멘텀이 안정적인 회사를 선택하는 것이 유리하다는 지적이다. 또 최근 기업 이익추정치가 계속 하향 조정되는 추세인 만큼 과거 고배당주로 이름을 알린 기업이라 하더라도 올해 이익이 적은 경우 예상보다 적은 배당이 나올 수 있어 투자 기업의 이익 흐름을 제대로 살펴야 할 것으로 보인다. 흔히 연말이 다가올수록 투자자들은 배당주를 멀리하는 경향이 있다. 배당 매력이 이미 주가에 반영됐기 때문에 가격이 너무 비싸다는 생각 때문이다. 하지만 증시 상황이 최근처럼 불확실한 상태라면 사정은 다소 달라진다. 주가가 몇달 안에 오를지 내릴지 장담할 수 없는 상태에서는 차라리 배당주를 통해 일정량의 현금을 확보하는 편이 나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최근과 같이 금리가 낮을수록 배당주의 주가 흐름이 대체로 좋았다는 점을 감안하면 현금배당뿐 아닌 시세차익 효과까지 노릴 수도 있다. 배당의 계절은 아직 지나가지 않은 셈이다. ◇변동성 장세에선 고배당주 투자 유리=상당수 증시전문가들은 최근 유럽 리스크로 인해 주식시장 앞날을 예측하기가 어려워진 만큼 배당주 투자에 대한 매력이 올라가고 있다고 평가하고 있다. 배당주 투자를 통해 현금을 배당 받든 배당락일 직전 매도로 시세차익을 거두든 현재로선 모두 유리한 환경이라는 것이다. 실제로 하나대투증권에 따르면 2008년 4월까지만 해도 코스피지수 수익률보다 저조한 흐름을 보이던 배당지수(KODI)는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그 해 10월부터 12월말까지 코스피지수보다 10% 이상의 초과 수익률을 기록했다. 배당지수란 한국거래소에서 배당실적이 우수한 기업 50개를 추려서 만든 주가지수의 일종이다. 이 시기는 한국거래소가 산출하는 변동성지수(VKOSPI)가 80포인트를 넘어서는 등 사상 최고 수준에 달했던 시점으로 변동성이 커진 만큼 높은 불확실성 때문에 배당실적이 좋은 기업으로 매수세가 몰렸음을 알 수 있다. 13일 현재 유가증권시장의 변동성지수 역시 28.03포인트로 지난 8월 유럽 위기가 막 불거지기 시작할 때와 비교하면 다소 낮아졌지만 그 직전까지는 이 지수가 대부분 20포인트를 채 넘지 못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여전히 높은 수준이라고 할 수 있다. 게다가 최근 들어 국내외에서 본격적인 주가 반등은 내년 하반기쯤에나 기대해봐야 한다는 분석이 잇따르면서 연말 배당주에 대한 관심이 부쩍 늘고 있는 상황이다. 이종성 하나대투증권 연구원은 "배당투자는 미래의 불확실한 이익보다 현재 현금을 선호하는 안정성 추구 전략이기 때문에 최근처럼 증시 불확실성이 커지는 상황에선 유용하게 쓸 수 있다"며 "연말 배당을 목적으로 하는 프로그램 매수세가 들어올 수도 있어 관련주들의 수급도 개선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밖에 최근 글로벌 경기 둔화 우려로 시장금리가 계속 저점을 지나가고 있는 점도 배당주 투자에 호재로 지목됐다. 안정적인 현금 확보 수단이 사라지는 데 따른 반사이익을 누릴 수 있기 때문이다. 장희종 KDB대우증권 연구원은 "배당주의 경우 과거 시장금리가 낮을수록 상대적인 성과가 양호했던 경우가 많다"며 "최근의 경우도 경기모멘텀 둔화로 시장금리 하향이 예상되고 있기 때문에 고배당주의 성과가 조금씩 개선되고 있다"고 밝혔다. 그렇다면 투자자금 대비 가장 큰 배당수익을 얻을 수 있는 종목은 무엇일까. 금융정보제공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증권사 3곳 이상의 추정치가 존재하는 12월 결산법인 가운데 지난 13일 종가 기준으로 외환은행의 배당수익률이 16.99%로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배당수익률이란 해당기업의 올해 1주당 예상 배당금을 주가로 나눈 값이다. 간단히 설명하면 13일 종가 8,060원을 투자해 외환은행을 산 투자자의 경우 연말까지 기다리기만 하면 투자금의 16.99%에 해당하는 주당 1,369원의 배당을 기대할 수 있다는 의미다. 외환은행의 뒤를 이어 KT(6.39%), SK텔레콤(6.25%), 전북은행(4.58%), 한진해운(4.53%), 기업은행(4.26%), LG유플러스(4.03%), 우리금융(4.02%), DGB금융지주(4.00%), 하이트진로(3.96%), S-OIL(3.89%), BS금융지주(3.88%), KT&G(3.70%), KB금융(3.46%), 동국제강(3.35%), 강원랜드(3.33%), 현대산업(3.29%), GKL(3.18%), 삼성카드(2.96%) 순으로 배당수익률이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통신주와 은행주가 상위권에 다수 집중돼 있어 고배당을 노리는 투자자들이 관심을 가질 만한 것으로 분석됐다. 주당 배당금은 포스코가 올해 중간ㆍ기말 배당금을 모두 합쳐 지난해와 같은 1만원의 배당을 할 것으로 집계돼 가장 규모가 클 것으로 예상됐다. 포스코의 뒤는 SK텔레콤(9,315원), KCC(8,250원), 삼성전자(8,030원), 현대중공업(7,000원), 아모레퍼시픽(6,064원), S-OIL(4,160원), LG화학(4,100원) 등이 이을 것으로 전망됐다. 고배당주에 투자했다고 해서 반드시 현금배당만을 노려야 되는 것은 아니다. 고배당주는 보통 배당락일이 가까워올수록 주가가 상승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배당락일 직전 매도 전략으로 시세차익을 얻을 수도 있다. 고배당주는 배당락일이 지나면 그동안 고평가됐던 주가가 제자리를 찾는 경우가 많아 상황에 따라 주가로 인한 손실이 배당수익을 웃돌 수 있다는 점도 명심해야 한다. 상당수 전문가들은 현금배당이 아닌 시세차익을 노리는 경우에도 현 시점이 고배당주 투자에 결코 늦은 시점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이종성 하나대투증권 연구원은 "과거 고배당주 주가 흐름을 분석해보면 배당락일 6일 전부터 주가가 시장대비 강세를 보였다는 점을 알 수 있다"며 "즉, 고배당주에 일찌감치 투자에 나선 것과 배당락일 바로 전주에 투자에 나선 것의 차이가 크게 없다고 할 수 있어 시세차익 극대화를 위해서는 현 시점이 투자 적기"라고 분석했다. ◇이익모멘텀 양호한 기업에 선별 투자해야=전문가들은 다만 같은 고배당주라도 이익모멘텀이 확실히 양호한 기업을 선별해 투자해야 안정적인 수익을 거둘 수 있다고 조언했다. 이익추정치가 계속 떨어지는 기업의 경우 예상보다 적은 배당을 받을 위험이 있는 데다가 배당락일이 지난 이후 주가 하락폭까지 클 수 있기 때문이다. 안혁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지난 2008년의 경우 금융위기 여파로 예상보다 배당이 적은 기업들이 많았는데 현재 국내 시장의 이익추정치도 지난 8월을 정점으로 계속 내려가고 있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며 "연말 고배당주에 투자한다면 최근 이익추정치가 올라가는 기업 가운데서 선정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장희종 한국투자증권 연구원도 "최근 시장의 특성을 감안하면 이익모멘텀이 양호한 업종에 속하는 종목 가운데서 배당수익률이 좋은 기업에 투자하는 게 유리하다"며 "대외변수가 어떻게 흘러가는 지와 상관 없이 현재는 시장 대비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이익 흐름을 보이는 기업들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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