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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부동산시장 되돌아보니

거래 위축→집값 하락→깡통주택 속출…" 1년내내 한겨울"<br>아파트 거래량 40% 급감 속 전셋값 치솟고 월세살이 늘어<br>5·9월 활성화 대책도 무위로 하우스푸어 57만가구 양산

부동산 경기침체가 지속되면서 주택거래 부진도 계속되고 있다. 집값 상승에 대한 기대감이 무너지면서 수요자들의 발길이 끊긴 강남의 한 재건축아파트 단지 내 상가 부동산중개업소 밀집지역. /서울경제DB


올해 부동산 시장은 지속적인 집값 하락 속에 극심한 거래위축, 이에 따른 '하우스푸어' 양산이라는 한마디로 요약된다.

경기침체로 팍팍해진 살림과 이미 사라진 집값 상승의 기대감은 매수세 실종으로 이어져 거래위축과 가격하락을 불러왔다. 결국 집을 팔아도 대출금이나 세입자 전세금을 다 갚지 못하는 '깡통주택'이 속출하기 시작했고 원리금 상환에 허덕이며 이 '깡통주택'을 짊어지고 사는 하우스푸어가 사회 문제로까지 대두된 것이다.

바닥 모를 추락이 계속되자 정부는 '5ㆍ10대책' '9ㆍ10대책' 등을 잇달아 내놓으면서 부동산 경기부양에 애를 썼지만 반짝거래만 있었을 뿐 '찻잔 속의 미풍'에 그쳤다.

이런 가운데 전셋값은 폭등했고 월세는 늘었다. '집은 짐이 될 수 있다'는 불안감이 심화되고 서울의 경우 재건축 대상 지역 주민들의 이동이 본격화되면서 일부 단지의 경우 매매가에 근접할 정도로 전셋값이 솟구쳤다.

이영호 닥터아파트 리서치연구소장은 "올해 부동산 시장은 거래량이나 가격 모든 측면에서 지난 2008년 금융위기 이후 가장 암울했던 한해"라며 "워낙 매수 심리가 얼어붙어 있는데다 정부의 활성화 대책도 타이밍을 놓치면서 효과를 보지 못했기 때문" 이라고 말했다.

◇아파트 거래량 40% 뚝=올해 주택거래 시장은 1년 내내 한겨울이었다. 1월부터 11월까지 전국에서 거래된 아파트는 42만2,358건으로 지난해 70만5,303건보다 약 40% 급감했다. 깊은 불황과 실종된 주택 거래로 국민들은 이사도 가지 않았다. 통계청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전체 이동 인구 수는 391만6,000명에 그쳤다. 이는 1979년 388만명 이래 가장 낮은 수준이었다.

거래 위축과 집값 하락의 악순환은 계속됐다. 국민은행 시세통계에 따르면 올 들어 11월 말까지 전국 아파트 값은 0.3% 하락했으며 서울ㆍ수도권은 같은 기간 3.4%나 내렸다.

4%가 빠진 서울, 특히 강남권은 더욱 심했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서울의 경우 강동(-8.61%), 강남(-7.98%), 송파(-6.99%), 서초구(-6.43%)의 하락폭이 가장 컸다. 수도권 신도시 중에서는 판교가 10.24% 급락했다. 경기도에서는 과천시(-9.05%)의 낙폭이 컸다

◇잠재적 하우스푸어 57만가구=주택가격 하락과 거래실종은 깡통주택과 하우스푸어 양산이라는 암울한 결과를 낳았다.

금융당국에 따르면 소득의 60% 이상을 주택담보대출 원리금 상환에 써야 하는 잠재적 하우스푸어는 약 57만가구로 추산되며 이들이 갚아야 할 빚은 150조원에 달한다. 부동산과 금융자산을 모두 팔아도 대출금을 갚지 못하거나 부동산 평가액의 40% 정도만 남는 '고위험 하우스푸어'도 10만가구가 넘고 대출금은 47조원을 넘는다.



금융연구원은 집값이 20% 내리면 이런 고위험 하우스푸어가 5만가구 가까이 증가하고 금리가 1% 오르면 7,400여가구가 늘어나는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가계부채가 1,000조원을 돌파하며 불안감을 가중시키는 가운데 하우스푸어의 급증은 중산층의 붕괴로 인식돼 지난 대선을 전후해 정치권에서 다양한 대책이 나오기도 했다.

◇'미풍'에 그친 활성화 대책=정부와 정치권도 부동산 시장 활성화를 위해 애를 썼지만 결론적으로 기대한 만큼의 '훈풍'을 일으키지 못했다.

정부는 올 들어 5월 '5ㆍ10 대책'을 발표하며 주택거래 활성화를 시도했다. 이 책에는 ▦강남 3구 투기지역 해제 ▦분양권 전매제한 완화 ▦민영주택 재당첨 제한 규제 폐지▦양도세 비과세 보유 기간 축소▦금리우대 보금자리론 지원 대상 확대 등이 포함됐다.

하지만 '5ㆍ10대책'은 주택매수를 유도할 유인책이 없어 시장에 아무런 영향을 주지 못했다.

이에 따라 정부는 다시 9월 '9ㆍ10대책'을 내놓다. 한시적인 취득세 및 양도세 감면이 포함된 '9ㆍ10대책'으로 다소 매수세가 일어나기는 했지만 반짝 효과에 그쳤다. 양지영 리얼투데이 팀장은 "집값이 더 떨어질 것을 걱정하는 상황에서 취득세 감면이 파격적인 조치는 아니었다"며 "일부 악성 매물과 미분양을 처리하는 수준에서 한계를 보였다"고 평가했다.

◇전셋값은 고공행진=이런 가운데 전셋값은 고공행진을 거듭했다. 올 한 해 수도권 전셋값은 평균 2.21% 올랐고 지역별로 서울 1.72%, 경기 2.58%, 인천 3.53% 상승했다.

매매시장 침체가 장기간 지속돼 전세시장으로 유입되는 수요가 늘어난데다 재계약 수요도 많았기 때문. 여기에 서울은 가락동 가락시영, 잠원동 대림 등 재건축 이주 수요까지 가세하면서 강세를 이어갔다. 최근 들어 전세시장은 안정을 되찾은 듯한 모습이지만 일각에서는 내년 초 재계약 물량이 많아 다시 한 번 전세난이 재연될 수 있다는 관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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