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해 사상 처음으로 신용카드 대출 시장 규모를 뛰어넘은 미국 대학생 학자금 대출액이 올해 우리나라 연간 국내총생산(GDP)과 맞먹는 1조 달러를 돌파할 것으로 보인다. 뉴욕타임스(NYT)는 11일(현지시간) 연방정부 및 일반은행 제공 학자금 대출을 받은 미 학부생들이 늘고 있으며 2000년 초 2,000억달러에 못 미쳤던 학자금 대출 시장이 10여년 사이 5배나 증가했다고 보도했다. 신문에 따르면 지난 1993년 미 학부생 중 절반만 학자금 대출을 받았지만 2008년에는 3분의 2가 학자금 대출을 받은 채로 졸업했으며 지난 해 학부생 한 명당 평균 대출액은 2만 4,000달러에 달했다. 여기에 재정난에 시달리는 주정부들이 일제히 저소득층 대학생을 대상으로 한 ‘펠 그랜츠’ 장학금 예산을 삭감하면서 앞으로 학자금 대출액수가 더욱 빠른 속도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미 전문가들은 실업률이 좀처럼 떨어지지 않는 경제 상황에서 학자금 대출이 현 세대의 미래를 옭아맬 것이라고 우려했다. 10년 전만 하더라도 미국 내에서 대학생 학자금 대출 문제는 주목을 받지 못했다. 그러나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2008년 대선 유세 과정에서 자신의 사례를 거론하면서 본격적으로 국가적 이슈로 떠올랐다. 오바마 대통령은 당시 자신이 하버드 로스쿨에 다닐 당시 6만달러의 학자금을 대출받은 채로 졸업했고 결혼한지 9년이 될 때까지도 학자금을 모두 갚지 못했다고 털어놨다. 이에 오바마 행정부는 지난 2009년 25년간 (공공서비스 종사자의 경우는 10년) 자신의 소득 15%를 학자금 상환에 줄곧 사용한 사람에 한해 남은 빚을 탕감해 주는 프로그램을 도입하기도 했다. 일부 전문가들은 학자금 대출 시장이 고금리 카드론 시장을 물리치고 새로운 투자처로 각광받을 것이라고 전망한다. 학자금 대출을 받은 학부 졸업생들의 임금 수준, 정규직 채용 비율 그리고 채무 상환 비율이 고졸자보다 높아 투자시 높은 수익을 올릴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수잔 디나르스키 미시건 대학 공공정책학과 교수는 “학자금 대출 시장은 모기지 시장처럼 채무자들이 평생에 걸쳐 대출금을 갚는 ‘회수가 확실한 대부금 (good debt)’ 시장”이라며 “투자 전망이 밝은 만큼 앞으로 거대 시장으로 부상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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