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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불신사회를 넘어서


오늘날 한국 사회는 어떤 모습인가. 세계 경제 10대 대국, 스포츠 강국, 유일한 분단국가, 청소년과 노인 자살률 세계 1위, 정보기술(IT) 강국, 높은 청년 실업률, 비정규직 대국 등.

한국 OECD 조사 신뢰수준 낙제점

다양한 한국의 현실인식은 일면적 사실에 기초해 있기 때문에 부분적으로는 모두 타당하다. 그러나 부분적 인식은 한국 사회에 대한 총체적 인식에 이르지는 못한다는 점에서 단편적이고 불완전하다. 총체적 인식은 부분적 사실들이 어떻게 관련됐는지를 알게 됐을 때 생겨난다. 부분적 사실인식에 매몰돼 있을 때 자신의 생각만 맞고 다른 생각은 틀린다는 편협한 생각에 빠지게 된다. 이것이 사회갈등의 원인이다.

점차 생각이 굳어지면 자신이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듣고 싶은 것만 듣게 된다. 그래서 부분적 사실에 근거한 인식은 극복되지 않고 오히려 강화된다. 그것은 신념으로 고착되기도 한다. 결과적으로 생각이 다른 사람들의 주장을 부정하거나 외면해 실체적 진실에 대한 인식은 더더욱 멀어지게 된다. 그 결과 서로 다른 면만 보는 사람들 간의 골은 더 깊어지고 불신도 더 커진다.

안타깝게도 오늘날 한국 사회는 심각한 불신의 늪에 빠졌다. 매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서 보고하는 사회통합지수를 살펴보면 한국 사회가 심각한 상태에 이르렀음을 알 수 있다. 지난 2011년 OECD 사회보고서에서 한국의 신뢰수준은 46점으로 덴마크(89점), 노르웨이(88점), 스웨덴(84점) 등과 비교도 안 되는 낙제점 수준이었다. 2014년 사회보고서는 중앙정부에 대한 한국 국민의 신뢰수준이 26점으로 유럽은 말할 것도 없고 멕시코(37점)나 칠레(33점)보다도 더 낮다고 보고했다.

신뢰는 사회통합과 사회발전의 핵심 요소이다. 그래서 신뢰를 보이는 것은 아니지만 사회가 제대로 돌아가는 데 필요한 중요한 요소라는 점에서 '사회적 자본'이라고 부른다. 미국 정치학자 로버트 퍼트넘은 최근 미국에서 국가기관과 정치인에 대한 불신이 커져 사회적 자본이 크게 줄어들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 결과 시민들이 공적 정치과정을 불신하기 때문에 정치적 효능감이 떨어지고 투표율이 점점 하락한다는 것이다. 한국은 더 극단적인 모습이다.



약속 지키기·의혹 해소로 신뢰 회복을

현재 청년실업과 비정규직·사교육비·주택·저출산·고령화·사회양극화와 높은 자살률 등 해결해야 할 과제들이 쌓여 있지만 무엇보다 먼저 필요한 것은 불신해소다. 시민들이 정책을 불신해 정책에 반응하지 않으면 아무리 좋은 정책이라도 허공의 메아리가 된다.

신뢰 회복의 길은 시간이 걸리기는 하지만 의외로 간단하다. 힘을 가진 개인·기관과 정당들이 국민의 의견을 중시해 약속을 지키는 것이다. 그리고 의혹이 발생했을 때 투명한 절차를 통해 의혹을 해소하면 된다.

단기적인 정략적 판단을 넘어서 불신사회를 해소하기 위한 진정한 노력이 필요하다. 불신사회를 극복하지 못한다면 선진사회는 요원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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