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군의 작전성능요구(ROC) 변경 자체가 이례적인데다 적성 무기의 성능이 나날이 높아져 K2 전차의 생존성이 우려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군 관계자는 “흑표전차 파위팩(엔진+변속기)의 가속 성능에 대해 지난 17일자로 ROC를 8초만에 시속 32키로에 도달하는 것에서 9초로 수정했다”며 “이 정도 갖고도 적의 대전차 미사일이 발사돼 도달하기 전에 K2 전차는 100m 정도를 이동해 차폐 진지로 숨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가속성능이 5.5초, 6초, 7초 되는 (서방 국가의) 전차도 있지만 이스라엘 메르카바는 가속성능이 13초”라며 “빨리 회피하는 것만으로 부족하다고 판단해 날아오는 탄을 막아내는 능동방어시스템을 채택한 이스라엘처럼 우리도 같은 시스템을 채용할 예정”이라고 강조했다. 또 “육군 교범에 따르면 전차는 25초안에 100m를 이동하면 적의 포탄 공격을 피해 생존할 수 있다고 명시돼 있는데 K2전차는 25초안에 182m를 이동할 수 있어 생존에 문제가 없다”고 덧붙였다.
이에 따라 K2 전차의 엔진을 개발한 두산인프라코어는 당초 ROC인 8초보다 0.7초 늦는 가속성능 탓에 개발비 1,300억원을 날리고 지체보상금을 물어야 할 위험에서 벗어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성능 미달과 생존성 위협에 대한 논란은 더욱 가열되고 있다. 민간 군사전문가 A씨는 “군이 상정한 적성 대전차 미사일의 속도는 구형인 AT-3를 기준으로 삼은 것인 반면 AT-11 같은 신형은 속도가 빨라 K2전차의 가속성능으로는 안심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무게가 70t에 이르는 서방국가들의 전차도 6,7초대를 기록하는 데 55t 정도인 K2 흑표 전차가 9초라면 기술력에 의문을 제기하지 않을 수 없다”며 “국산화 원칙도 중요하지만 신뢰도 높고 전차 승무원의 안전을 책임질 수 있는 부품 채용이 더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