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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련은 나의 힘

리디아 고, 코치 교체 논란·'손목 부상' 시즌 마감설 딛고 150만달러 잭팟

LPGA 시즌 최종전 CME그룹 투어 챔피언십 우승에

성적 포인트 1위로 '레이스 투 CME글로브'도 챙겨

올 시즌 컷 탈락 없이 3승… 17세 최연소 신인왕도 올라


뉴질랜드 동포 리디아 고(17)에게는 몇 번의 고비가 있었다. 첫 번째는 옛 코치와의 결별을 둘러싼 뒷말. 리디아는 프로에 데뷔하며 11년을 함께한 뉴질랜드 출신 코치를 떠나 미국 유명코치 데이비드 리드베터와 손잡았다. 그러자 일부에서는 '12년 캐디' 스티브 윌리엄스를 해고한 타이거 우즈를 떠올렸다. 뉴질랜드 출신 윌리엄스는 "리디아의 캐디는 버림 받은 것"이라며 비난했다. 리디아는 "대회가 미국에서 많이 열리기 때문에 어쩔 수 없었다"고 했지만 일부 뉴질랜드 국민의 반응은 차가웠다. 5월에는 프로가 됐음에도 뉴질랜드 정부의 재정지원을 받으려 한다는 오해도 있었다. 정신적인 스트레스에 이어 8월에는 골프 선수로서 치명적인 손목 부상까지 왔다. 왼쪽 손목에 낭종(주머니 모양의 혹)이 생긴 것. 외신들은 10월 초 수술설을 제기하며 시즌 조기 마감 가능성까지 언급했다.

하지만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2014시즌이 막을 내린 24일(한국시간). 미국 네이플스 티뷰론GC(파72·6,540야드)에 깔린 저녁 어스름 속에서 리디아는 아무렇지 않게 트로피 2개를 들고 만세를 불렀다. 하나는 시즌 최종전인 CME그룹 투어 챔피언십 우승컵, 다른 하나는 '레이스 투 CME글로브' 트로피였다. 레이스 투 CME글로브는 한 시즌 성적을 포인트로 환산, 최종 1위에게 100만달러를 주는 신설 제도. 이 대회 전까지 포인트 3위였던 리디아는 이날 우승으로 1위 스테이시 루이스(미국)를 끌어내리고 100만달러 '잭팟'을 터뜨렸다. 대회 우승 상금 50만달러를 더해 여자골프 사상 최다인 150만달러(약 16억7,000만원)를 챙긴 것이다.

프로 첫해 공동 다승왕에 해당하는 3승을 수확한 리디아는 메이저 대회 우승만 빼고 다 가졌다. 코치 교체 논란을 딛고 4월 첫 승, 7월 2승째를 거두더니 9월 부상 복귀 뒤에는 7개 대회에서 우승 포함, 톱10에 6차례나 들었다. 한 시즌 동안 26개 대회에 출전했는데 컷 탈락 한 번 없이 15차례 톱10에 들었고 시즌도 끝나기 전 역대 최연소 신인왕을 확정했다. 아마추어 시절 2승을 더해 LPGA 투어에서 5승을 쌓은 리디아는 아직 메이저 우승은 없지만 이날 우승이 메이저보다 짜릿해 보였다. 150만달러는 메이저 우승 상금의 3배를 훌쩍 넘는 거액이다.



4라운드를 3타 차 공동 5위로 출발한 리디아는 버디만 4개를 잡아 10언더파 공동 선두로 정규 72홀을 마쳤다. 승부는 훌리에타 그라나다(파라과이), 카를로타 시간다(스페인)와의 18번홀(파4) 연장으로 이어졌다. 리디아는 4번 연속으로 파를 잡아 그라나다와 시간다를 차례로 떨어뜨렸다. 그라나다는 두 번째 연장에서, 시간다는 4번째 승부에서 보기를 범했다. 4번째 연장에서 리디아는 버디 퍼트를 홀에 걸쳐놓은 뒤 가볍게 파로 마무리했다. 시즌 상금 208만달러로 3위에 올랐는데 첫해 200만달러 돌파도 리디아가 LPGA 투어 최초다.

세계랭킹 3위 리디아는 세계 2위 루이스를 턱밑에서 추격했다. 이날 우승으로 포인트 격차가 1.64점에서 0.36점으로 바짝 좁혀졌다. 루이스는 4언더파 공동 9위로 최종전을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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