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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승민 원내대표가 끝내 사퇴하게 되면 여권 내 구도는 어떻게 될까.
◇여권 갈등, 정계개편으로 이어지나=청와대와 새누리당 친박계는 친박의 핵심인 최경환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의 당 복귀를 중심으로 당권 장악이나 정계개편 시나리오를 구상 중이라는 분석이 유력하다.
속내를 살펴보면 결국 내년 총선 공천권 확보를 위한 포석이 핵심이다. 현재 김무성 대표가 강력히 추진하고 있는 완전국민경선제(오픈프라이머리)로는 청와대나 친박계의 의지를 공천에 반영하기 어려운 만큼 당 지도체제를 재편해야 한다는 얘기다.
당초 청와대와 당내에서는 최 경제부총리가 올해 예산까지 책임진 뒤 연말이나 내년 초 총선 준비를 위해 당에 복귀할 것이라는 관측이 많았지만 최근 당내 계파 갈등 양상 속에서 그 시기가 다소 당겨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친박계를 중심으로 조금씩 확산되고 있는 최 경제부총리의 '조기 복귀설'은 유 원내대표 사퇴 후 친박계가 향후 쟁점 사안에서 즉각 구체적인 행동에 나설 수 있는 세력화를 추진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청와대가 당청관계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해 행동에 나서려면 박근혜 대통령의 복심(腹心)인 최 경제부총리가 앞장서는 게 제격이라는 것이다.
최 경제부총리 개인적으로도 대구경북(TK) 지역의 패권을 두고 경쟁하고 있는 유 원내대표와의 관계에서 우위를 점할 기회인 만큼 썩 나쁘지 않은 선택이라는 분석도 있다.
일각에서 예상하는 시나리오를 살펴보면 일단 친박계가 유 원내대표 사퇴를 시작으로 친박계 최고위원들의 사퇴를 통해 김무성 대표 체제 와해를 노린 뒤 최 경제부총리를 앞세운 새 지도체제를 구성하는 것이 골자다.
현재로서는 예측 가능한 시나리오 중 하나에 불과하지만 내년 총선에서 영향력을 잃지 않기를 바라는 청와대로서는 충분히 고려할 만한 가설이라는 게 정가의 시각이다. 김 대표가 청와대의 입김을 최소화하는 오픈프라이머리를 구상하고 있는 가운데 청와대와 친박계는 어떻게든 이를 막아야 하는 입장이다. 일부 친박계 의원들은 지금처럼 비박 중심의 지도체제가 이어지면 자칫 내년 총선에서 '학살' 수준의 피해를 입을 수 있다는 우려를 하고 있다.
하지만 실제 유 원내대표가 물러나거나 김 대표 체제가 와해된다고 해도 친박계가 당권을 장악한다는 보장은 없다. 현재 친박이 소수인 상황에서 선거를 통해 지도부를 뽑으면 당선이 쉽지 않다.
또 이 와중에 친박·비박은 목숨을 건 당권싸움을 해야 한다. 총선과 대선을 앞두고 여권의 이 같은 싸움이 누구에게 도움이 될지는 명약관화하다. 친박이든, 비박이든 고민이 여기에 있다.
◇야당 정계개편 움직임=야당 역시 총선 전 정계개편을 하려는 움직임이 확산되는 모습이다. 친노-비노 간 갈등이 극에 달한 새정치민주연합에서는 신당 창당 시나리오가 점점 힘을 얻고 있다. 당초 탈당 후 광주에 자리를 잡은 천정배 무소속 의원을 중심으로 한 '호남 신당론' 외에도 여러 그룹이 전국 정당을 목표로 신당을 준비하고 있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비노계 중진인 박지원 의원은 2일 라디오 인터뷰에서 "어떤 분들은 호남 신당을 준비하자고 하고 있다"며 "몇 개 그룹에서는 활발하게, 또 어떤 곳은 침체된 (분위기 속에) 신당을 준비하는 것은 부인할 수 없다"고 말했다. 다만 자신의 신당 추진 또는 참여 가능성에 대해서는 "(당의) 분열이나 신당 창당에 앞장서는 일은 하지 않고 있다"며 부인했다.
박주선 의원은 "친노계의 계파 패권이 사라지고 새정연이 환골탈태되지 않고서는 내년 총선이나 대선에서 이길 수 없다"며 "혁신이 되지 않으면 불임정당이나 다름없기 때문에 '대안의 길'을 찾는 것이 맞지 않나 하는 것이 여론이고 민심"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신당 지지 여론이 그다지 높지 않고 당 자체 혁신작업이 진행되고 있는 점 등을 감안하면 실제 신당 움직임이 표면화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것이 당내 중론이다. 이 역시 내년 총선 공천권 확보를 위한 비노계가 당내 주류인 친노계를 견제하기 위한 포석일 것이라는 분석이다.
여야의 공천권을 둘러싼 계파 간 갈등에 대해 김선 정치평론가는 "이미 총선은 시작됐다"며 "여야 모두 비박·비노 의원들이 조직적 힘을 갖추지 않고 총선에서 당선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점을 고려해보면 이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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