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 중국의 주요 교역 상대국이지만 대규모 경상수지 흑자를 기록하고 있어 외국인 자금의 급격한 유출이 나타날 가능성이 크지 않고, 지나친 환율 변동 때 당국의 개입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7일 옥스퍼드 이코노믹스에 따르면 21개국(유로존 포함)을 대상으로 위안화 평가 절하에 따른 위험을 평가한 결과, 한국은 18위로 그 충격이 적을 것으로 예상됐다.
지난 4일 기준 원·달러 환율은 중국이 갑작스럽게 위안화 절하에 나서기 하루 전인 10일 마감 환율에 비해 2.7% 가량 상승했다. 이는 21개국 가운데 10번째로 높은 상승률이다. 가장 큰 낙폭을 기록한 통화는 브라질 헤알화(-8.1%), 말레이시아 링깃(-7.3%), 남아프리카공화국 랜드화(-6.7%), 터키 리라화(-6.4%), 러시아 루블화(-6.0%) 순이었다. 선진국 통화 가운데서는 호주달러가 5.3%의 낙폭을 보이며 다소 크게 떨어졌고, 엔화는 3.8%나 올랐다. 유로화는 1.0% 상승에 그쳤지만 한때 3%까지 오르기도 했다.
옥스퍼드 이코노믹스가 17개 주요 신흥국 통화 가치를 집계한 신흥국 통화지수도 지난 10일 이후 3.5% 하락했다. 이 지수는 지난해에만 16% 떨어졌다.
옥스퍼드 이코노믹스는 중국에 대한 수출 비중과 순원자재 수출이 그 나라의 GDP에서 차지하는 비중, 국내총생산(GDP) 대비 경상수지 적자 등 세 가지 요인이 위안화 절하에 따른 각국 통화가 받는 위험에 영향을 미친다고 봤다.
한국은 호주(33.7%)와 대만(27%)을 제외하고는 중국에 대한 수출 의존도가 26%로 매우 높다는 취약점을 보였으나, 대신에 GDP 대비 흑자는 7.9%로 대만의 15.3% 다음으로 높았다. 또 GDP 대비 순원자재 수출 비중은 -14.8%로 조사대상 국가 가운데 원자재 수입 비중이 가장 높았다.
옥스퍼드 이코노믹스의 애덤 슬레이터 이코노미스트는 “한국이나 대만은 아시아에서 중국의 핵심 교역국이지만 상대적으로 이들의 통화가치가 탄력성을 보이는 것은 원자재 수입국이라는 점과 대규모 흑자국이라는 점이 글로벌 자본 흐름의 변동으로부터 보호장치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여기에다 중앙은행의 개입으로 환율 움직임이 제한되기도 하는 데, 이는 한국의 경우 특히 그렇다”고 설명했다.
슬레이터 이코노미스트는 또 중국의 경기 하강 때에 각국의 GDP에 미치는 영향을 살폈을 때 위안화 절하 이후 통화가치가 가장 크게 떨어진 국가가 성장률 충격도 가장 크게 나타나는 ‘느슨한 관계’도 관찰됐다고 말했다.
그러나 가장 부정적 충격이 예상된 한국과 칠레는 상대적으로 통화가치 낙폭이 크지 않았고, 큰 타격이 예상되는 일본의 경우에서도 엔화가치는 올랐다고 지적했다. 그는 다만 한국이나 대만이 아직 큰 충격을 받지는 않았지만 앞으로 환율 변동성이 나타날 수 있으며 중국의 취약한 성장률은 디플레이션 압력을 부추기거나 금리 하락을 압박하는 등으로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전망했다.
한편, 위안화 절하로 통화가치 하락 우려가 가장 큰 국가로는 호주가 꼽혔다. 호주는 중국에 대한 수출 비중이 33.7%로 가장 높고, 순원자재수출이 GDP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9.4%로 러시아(17.4%), 칠레(16.5%) 다음으로 높은 수준을 보였다. 호주 다음으로는 브라질과 칠레, 남아공, 인도네시아, 아르헨티나, 말레이시아 등이 위험도가 가장 높은 국가 군으로 평가됐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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