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제용어 중에 '톱니효과(Ratchet Effect)'라는 것이 있다. 한번 올라간 소비수준이 쉽게 후퇴하지 않는 현상을 의미하는 것으로, 한쪽으로만 회전하고 반대쪽으로는 돌지 못하는 톱니바퀴에서 따온 것이다.
예를 들어 소형차를 타다가 중형차로 바꾸어 타게 되면 그 편리함에 익숙해지면서 향후 차를 구매하게 될 때 동급 중형차 또는 더 좋은 준대형차로 갈아타고 싶지 소형차는 아예 거들떠보지도 않게 될 확률이 높다.
사람의 심리는 더 좋은 재화를 소비하고자 하는 욕구가 강하기 때문에 소비는 상대적 안정성을 보인다. 소득이 줄어든다 하더라도 소비는 쉽게 줄어들지 않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소비가 경기후퇴를 억제하는 일종의 톱니역할을 하게 된다는 의미에서 톱니효과라고 한다.
개인적인 측면에서는 소비습관을 어떻게 만들어 가는가에 따라 장래의 경제적 여유를 결정하는 데 많은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에 톱니효과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매월 똑같이 200만원을 버는 A씨와 B씨가 있다고 가정해 보자. A씨는 100만원으로 저축부터 먼저하고 남은 100만원을 소비에 사용하는 반면 B씨는 200만원을 모두 소비한다.
자신의 소비역량을 200만원 수준이라고 생각하고 백화점에서 최신 유행의 옷을 사 입고 좋은 식당에서 자주 외식을 하는 B씨의 생활이 처음에는 훨씬 더 윤택할 것이다. A씨는 자신의 소비역량을 100만원이라고 생각하고 상설할인매장에서 옷을 사 입고 외식도 꼭 필요한 상황이 아니면 자제하며 살아가고 있다.
소비활동 측면에서는 당연히 A씨가 상대적인 빈곤감을 느낄 것이다. 하지만 나머지 100만원을 매월 연 5% 수익률로 투자를 가정했을 때 A씨는 7년 뒤 1억원의 종자돈을 마련할 수 있게 된다. 그럼 그 때부터는 소비수준을 200만원으로 끌어올려도 1억원이라는 종자돈으로 투자를 하면 계속 재산을 늘려나갈 수 있다.
만약 소비수준을 150만원 정도로만 조정하면 재산의 증가속도는 훨씬 더 빨라진다. 세월이 흐를수록 A씨의 소비수준은 높아져 가는 구조가 되면서 더 좋은 옷, 더 좋은 차, 더 좋은 집을 누리며 살 확률이 높아진다. 반면 B씨의 소비수준은 200만원에 머물러 있을 수 밖에 없고 톱니효과로 인하여 중간에 소비수준을 갑자기 낮추기도 쉽지 않게 된다. 그러다 퇴직이라도 하게 되면 정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진퇴양난의 상황에 놓이게 되는 것이다. 이해를 돕기 위해 다소 극단적인 가정을 사용하기는 했지만 경제활동기의 전반부에 소비습관의 형성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알 수 있다.
여기서 말하고자 하는 것은 절대적으로 소비를 자제하라는 의미가 아니다. 지출의 타이밍을 조금만 늦추고 욕구를 조절하면서 살아가면 더 많은 혜택을 누릴 수 있음에도 급한 마음에 서둘러 소비욕구를 해소하고자 한다면 같은 조건임에도 남보다 훨씬 못한 삶을 살게 된다는 것이다. 엄청난 부자를 부모로 둔 것이 아닌 이상 현재의 소비생활이 10년 뒤, 20년 뒤의 미래에 영향을 주는 것이다. 지금 현재의 삶을 제대로 설계하는 것이 100세 시대를 현명하게 살아가는 출발점이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