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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년 기고] 금융산업, 위기 이후를 준비하자


글로벌 금융위기가 발생했을 때 금융 분야가 위기의 진원지로 지목되면서 미국에서 '월스트리트'와 '메인스트리트'라는 말이 유행한 적이 있다. 월스트리트는 금융산업을 상징하는 단어였고 메인스트리트는 금융을 제외한 산업이나 일반 국민을 지칭하는 말로 사용됐다. '그들'과 '우리' 식의 구분이 이뤄진 셈이고 금융 분야는 왕따가 돼버렸다.

사실 월가의 모습은 화끈(?)했었다. 한참 잘나갈 때 은행 최고경영자(CEO)의 연봉은 4,000만달러를 넘었던 적도 있었고 상위 20개 헤지펀드 매니저의 보상액 합계가 25억달러를 넘기도 했다. 이에 대해서 뉴욕시 공립학교 교사 8만여명의 3년치 급여에 해당한다는 친절한 계산이 덧붙여지기도 했다. 이는 결국 위기 이후 금융산업이 날 선 비판과 규제의 대상이 되는 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

아직도 규제ㆍ비판적 분위기 지배적

우리나라의 금융산업도 많은 비판을 받았다. 저축은행 사태 등 불미스러운 일이 많이 발생했고 여러 문제가 터졌다. 하지만 400억원의 연봉을 받는 은행 CEO가 없었고 25억달러를 챙기는 헤지펀드 매니저도 없었으며 무엇보다도 위기의 원인을 제공한 일도 없다는 점은 분명히 다르다. 오히려 글로벌 금융위기를 견뎌 나가는 데 공헌한 것도 사실이다.

시속 200㎞로 달리던 자동차가 사고 후 속도를 100㎞까지 줄였다고 할 때 50㎞로 달리던 자동차는 30㎞까지 속도를 줄여야 할까 아니면 70㎞ 정도까지 높여도 될까. 사고 난 자동차가 미국을 포함한 선진국의 금융산업이고 천천히 달리던 자동차가 우리나라의 금융산업이라 할 때 우리 금융산업을 보는 시각을 선진국과는 조금 다르게 가져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글로벌 금융위기가 발생한 지 이제 4년이 넘었고 경기도 바닥을 찍은 듯하다. 물론 본격적 회복을 말하기엔 조금 이르지만 추가적 위기가 발생할 가능성은 대폭 줄었다는 점에서 이제는 위기 이후를 거론할 때가 서서히 오는 것 같다.

2013년 새해, 국내 금융산업에 주어진 과제는 실로 엄청나다. 가계부채 문제가 거대한 산처럼 버티고 있고 경기 둔화에 따라 발생할 부실대출 처리 문제도 만만치 않다. 서민과 중소기업에 대한 금융 지원도 필요하고 자본시장을 정상화시켜야 할 책무도 남아 있다. 또 미래 먹거리 창출을 위해 신수종사업에 자금을 지원하는 등 각종 정책 금융을 공급하는 역할도 해야 한다. 그뿐 아니다. 저성장ㆍ저금리 시대에 자금 운용이 어려워지면서 적정한 수익을 창출해야 할 임무도 남았고 해외 진출 등을 통한 경쟁력 강화도 중요하게 다뤄져야 한다.



이러한 수많은 과제가 주어진 상황인데 아직도 금융 분야에 대해서는 강한 규제와 비판의 분위기가 지배적이다. 사실 국내 금융산업은 전 세계 경제에서 우리나라가 차지하는 위상에 비해 초라한 모습이다. 단적으로 국내총생산(GDP) 규모는 10위권을 넘보는데 우리나라에서 은행은 전 세계 70위권에 드는 수준이다. 규모만 중요한 것은 아니지만 경쟁력 면에서도 이러한 순위를 크게 벗어나지 못한 상황이다.

규모ㆍ경쟁력 키울 청사진 마련해야

따라서 지금이라도 우리 금융산업 규모와 경쟁력을 국가 수준에 어울리는 정도로 키우려는 노력도 병행해야 한다. 금융산업의 적정한 규모, 수익성, 건전성, 그리고 국제경쟁력이 골고루 갖춰져야 실물 분야에 대한 지원과 소비자 보호 같은 책무도 제대로 감당할 수 있을 것이다.

새해에는 위기 이후 금융산업의 모습과 역할을 재구축하는 방안에 대한 바람직한 논의가 이뤄짐으로써 금융과 실물 분야 모두 제대로 된 발전을 할 수 있는 건설적 분위기가 형성되기를 바라는 마음이 간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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