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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열린우리당의 '역주행'
입력2005-03-27 17:39:16
수정
2005.03.27 17:39:16
김병기 기자<정치부>
“(열린우리당이) 후진기어를 넣고 역주행하고 있다.”
심상정 민주노동당 의원이 불법 대선자금 문제에 대한 여당의 태도를 꼬집은 말이다. 비단 불법 대선자금 문제뿐이랴. 여기저기서 열린우리당이 정치시계를 거꾸로 돌리려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여당이 “한국 정당사를 다시 쓰겠다”며 진행 중인 당의장 경선만 해도 그렇다. 정책과 비전, 지자체 선거전략 등을 놓고 ‘누가 당의장 감인가’를 겨뤄야 할 경선이 상호비방과 흑색선전으로 얼룩지고 있다.
인터넷 게시판은 당원간의 원색적인 비난글로 도배되고 국회 기자실에는 특정후보를 비난하는 괴문서가 나돈다. 실용-개혁간의 노선대결도 한풀 벗겨보면 과거의 계파싸움과 비슷한 양상으로 전개되고 있다. 친노성향의 국민참여연대가 이번 경선에서 특정 지지후보에게 몰표를 주기로 결정한 것이 대표적인 예다.
대선자금 문제는 이보다 더하다. 최규성 열린우리당 사무처장은 지난 25일 한 라디오 방송에서 “불법 대선자금과 관련해 당 차원에서는 별로 할 것이 없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는 2004년 2월 정동영 전 당의장이 “불법자금은 모두 거둬 반납하겠다. 돈이 모자라는 부분은 정당 보조금을 삭감해서라도 갚겠다”고 한 말과 정면으로 배치된다.
정세균 원내대표가 “(최 사무처장의 발언은) 법률적ㆍ실무적 어려움을 표현한 것”이라며 파문 진화에 나섰지만 국민들을 납득시키기 쉽지 않아 보인다. 바로 전날 박근혜 하나라당 대표가 “불법 대선자금과 관련해서 사죄하는 마음으로 천안연수원 헌납절차를 밟겠다”고 밝힌 것과 비교하면 더욱 그렇다.
여당이 ‘중부권 신당론’을 잠재우기 위해 노무현 대통령 탄핵을 지지했던 인사를 충남 아산 지역 재선거 후보로 영입할 계획이 있다는 대목에 와서는 심상정 의원의 ‘열린우리당 역주행론’에 고개를 끄덕이지 않을 수 없게 된다. 열린우리당의 이 같은 기류가 과반의석 붕괴, 당의장 경선 등으로 인해 어수선한 분위기 속에서 비롯된 일시적인 현상으로 그치기를 기대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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