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대통령은 정상회담 뒤 공동 기자회견에서 “우리 두 정상은 한국의 유라시아 협력강화 정책과 러시아의 아태지역 중시 정책을 상호 접목해서 서로의 잠재력을 극대화함으로써 양국 관계를 미래지향적으로 발전시켜 나가기로 했다”고 말했다.
◇나진-하산 철도사업에 우리기업 지분투자=조기 추진 과제에서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북한 나진과 러시아 하산을 연결하는 철도사업에 우리나라 기업들이 컨소시엄을 구성해 지분투자에 나서는 사업이다. 러시아와 북한은 합작회사인 라손콘트란스를 설립해 2008년부터 49년 동안 나진-하산 공동개발 사업을 추진하기로 했다. 총 사업비는 3억4,000만 달러로 나진-하산간 철도(54km) 및 나진항 3호 부두, 나진구 21ha의 개발과 운영 등이 주요 사업 내용이다. 이번 정상회담에서 양국은 러시아 철도공사의 나진-하산 철도 운영 및 나진지역 항만개발 사업에 포스코ㆍ현대상선ㆍ코레일 등이 컨소시엄을 만들어 지분투자를 하고 운영에 참여하기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금융분야에서는 30억 달러 규모의 공동 투ㆍ융자에 나서기로 했다. 수출입은행과 러시아 대외경제개발은행은 10억 달러를 조성해 에너지ㆍ석유화학ㆍ정유ㆍ조선 분야에 지분투자 및 프로젝트 파이낸싱(PF), 수출금융 등을 지원하기로 했다. 또 수은은 러시아 최대 국영상업은행인 스베르뱅크와 15억 달러의 중장기 신용공여한도를 설정하기로 했으며 한국투자공사(KIC)와 러시아 직접투자기금은 5억 달러의 공동투자 펀드를 만들기로 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우리기업이 러시아의 철도, 조선, 항만, 인프라 사업에 진출하게 되면 후방에서 양국 금융기관이 원활한 경협추진을 위해 금융지원을 하는 시스템이 구축됐다”면서 “그 동안 러시아 시장진출의 걸림돌이었던 금융 리스크가 완화돼 우리 기업의 러시아 진출이 더욱 탄력을 받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설명했다.
◇러시아 영해 통과해 북극항로 운항 가능=양국간 중장기 추진과제에서 가장 큰 성과로 꼽히는 것은 우리나라 선박이 러시아 영해와 대륙붕을 통과해 북극항로를 운항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됐다는 점이다. 해양수산부와 러시아 교통부는 극동지역 항만개발 MOU 체결을 추진하고 항만개발 타당성 조사를 실시하기로 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우리 선박이 러시아 쇄빙선을 이용하거나 우리 기업이 러시아에서 아예 쇄빙선을 장기 건조하는 방안도 협의하기로 했다”면서 “북극항로 항만 개발에 대한 우리 기업의 참여가 본격화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양국은 철도분야 협력을 강화하고 교통관련 장관회의를 정례화하는 것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철도협력 MOU와 교통협력 MOU를 각각 체결했다. 이에 따라 TKR과 TSR을 중장기적으로 연계하는 사업이 추진력을 얻게 됐고 TKR 연결을 위한 북한의 협력여건도 조성하는 계기를 마련했다. 이 같은 청사진이 현실화될 경우 우리 기업은 TKR을 이용해 나진과 하산까지 이동하고 여기서 TSR을 활용해 모스크바와 유럽까지 물품을 운송할 수 있어 시간과 물류비용을 대폭 줄일 수 있는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천연가스(PNG) 가스관 사업은 북한 변수 등 현재의 제반 여건을 검토하면서 중장기적으로 협의해 나가기로 합의가 이뤄졌다. 북한의 협조가 없을 경우 영해가 아닌 공해를 활용하는 방안도 검토된다. 또 양국 전력회사는 남북러 전력망 연계사업에 대한 타당성 조사를 추진하기로 했으며 현재 한전은 러시아 인터라오와 타당성 조사를 위한 MOU를 협의하고 있다.
신재생에너지 협력사업의 일환으로 LG CNS는 2020년까지 1조8,000억원 규모의 러시아 태양광 발전소 사업에 참여하는 방안에 대해 MOU를 체결했으며 양국은 스마트그리드 협력에 대해서도 MOU를 맺기로 했다.
박 대통령은 북한 비핵화 및 우리 정부의 대북정책에 대해서도 푸틴 대통령의 지지와 협조를 이끌어냈다. 푸틴 대통령은 북한이 핵확산금지조약(NPT)에 따라 핵
보유국 지위를 가질 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 했으며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와 동북아 평화협력구상에 대해서도 환영의 뜻을 표했다. 이에 따라 박근혜 정부는 미국ㆍ중국ㆍ러시아ㆍ프랑스ㆍ영국 등 유엔 상임이사국 5개국으로부터 모두 북한 비핵화, 신뢰 프로세스에 대한 지지를 확보, 대북정책 추진에 동력을 얻게 됐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