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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색채가 없는 다자키 쓰쿠루와 그가 순례를 떠난 해’, ‘노르웨이의 숲’ 등 무라카미 하루키 작품 속에 등장하는 클래식과 재즈 · 팝이 무대에 넘쳐 흐른다. 무대위에 잔잔한 피아노 선율로 울려 퍼지는 곡은 바로 리스트의 ‘순례의 해’. 작곡가 리스트가 겪었던 순례의 여정을 아름답게 그린 피아노 명곡으로, 최근 하루키의 화제작 ‘색채가 없는 다자키 쓰쿠루와 그가 순례를 떠난 해’에 등장했던 소설 속의 바로 그 곡이다. 여기에 ‘노르웨이의 숲’에 등장하는 드뷔시의 ‘달빛’과 친숙하면서도 신비로운 ‘비틀즈’의 선율까지...낯선 클래식 선율이 가깝게 느껴지는 순간이다.
대중들에게 외면받아 고심에 빠진 클래식과 문학이 의기투합해 대중들의 마음을 돌리고 있다. 공연 포스터 제목에 유명 소설 작가의 제목을 넣어 클래식을 멀게만 느끼던 독자까지 새로운 관객으로 확보하고 있는 것이다. 책 속에 등장하는 친숙한 음악을 골라 색다른 기획을 통해 독자들에게 다시 한 번 작품을 편하게 느끼게끔 한다.
클래식 공연기획사들은 유명 연주자만 선두에 내세우던 기획에서 벗어나 무대위에 스토리와 드라마를 더하고 있다. 지난해 뛰어난 기획력으로 주목받았던 ‘바흐, 피아졸라를 만나다’에는 아르헨티나의 반도네온 연주자 페르난도 레지크 등이 출연해 유명인을 전면에 내세우지 않고도 큰 흥행 성적을 냈다.
바로크 음악의 대부인 ‘바흐’와, 20세기 아르헨티나 탱고의 황제 ‘피아졸라’. 서로 다른 시대, 다른 장르를 대표하는 두 거장의 스토리가 담긴 유쾌한 앙상블이 관객들의 탄성을 자아냈다.
아련한 선율의 ‘G선상의 아리아’, 화려하고 격정적인 ‘리베르 탱고’ 등 두 거장의 대표작이 무대위에 번갈아 울려퍼졌다. 마치 모나리자와 마돈나처럼 절대 어울리지 않을 것 같던 두 음악가의 신선한 조합이 오히려 관객들로 하여금 공연장을 찾게 만들었다. 스스로를 강력한 ‘바흐’ 마니아라 칭하며 그의 곡을 직접 습작하고 편곡해 연주했던 피아졸라. 이러한 두 음악가의 비하인드 스토리를 해설로 곁들인 명품콘서트 ‘바흐, 피아졸라를 만나다’는 마치 한 편의 ‘클래식 드라마’를 보는 듯한 무대 연출로 관객들의 큰 호응을 받았다.
딱딱한 클래식 음악계에서 연주자들의 유명세에만 철저히 의존하던 ‘명성 전략’이 점차 달라지고 있다. 콘서트의 기획의도를 명확히 보여주는 ‘스토리’를 더하고 해설을 곁들여 클래식에 등 돌렸던 관객들의 발길을 붙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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