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대통령은 취임 전부터 기관장 인선 기준으로 ‘능력과 전문성’을 강조해왔다. 낙하산 인사가 없을 것이라는 원칙도 수없이 밝혔다. 대통령 후보였던 지난해 11월 “부실인사가 아무런 원칙 없이 낙하산으로 임명되는 관행은 더 이상 없을 것”이라고 말했고 당선된 후에도 “전문성 없는 인사들을 보내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된다”고 못박았다.
그럼에도 낙하산 논란은 아직도 여전하다. 4월 이전에 없던 ‘국정철학 공유’가 인선 기준에 추가되면서 더 시끄러워졌다. 인천국제공항과 한국토지주택공사(LH) 사장, 에너지관리공단 이사장 등이 줄줄이 시비에 걸렸고 새로 선임된 KB국민은행장은 보름 가까이 회사에 출근하지 못한 채 호텔을 전전하고 있다.
국정철학은 더 이상 인선 기준이 될 수 없다. 지난 6개월 동안 과거 정권 인사들이 줄줄이 떨어져나간 것도 그렇거니와 현재 상황이 그렇게 한가하지만도 않다. 지난해 공기업의 부채는 1년 전에 비해 34조원이나 늘어난 392조원으로 뛰었다. 내버려뒀다가는 국가경제에 위협이 될 수 있다. 개혁할 생각은 하지 않고 임면권자의 눈치만 보며 방만경영을 한 탓이다. 혁신과 구조조정을 제대로 추진할 수 있는 능력이 중요해진 이유다.
공공기관장 자리는 보은인사나 관료들의 나눠먹기 대상이 될 수 없다. 이제는 제대로 일하는 인물이 들어와 ‘신의 직장’이니 ‘철밥통’이니 하는 말이 나오지 않도록 해야 한다. ‘혹시나 했더니 역시나’라는 비판이 아니라 공정인사의 모델을 보였다는 평가가 나와야 한다. 국민들이 공감할 수 있는 인선은 박 대통령의 국정운영을 지탱하는 든든한 지원군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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