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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경이 만난 사람] 변양균 옵티스 회장

초연결 사회는 사람이 중심… 예산 배분시스템 확 바꿔야




"산업화 사회를 지나 정보화 시대, 나아가 (사물인터넷(IoT)으로 대표되는) 초연결 사회에 접어든 지 오래죠. 이제는 노동자의 편에 서서 노동시장 유연화를 추진하기 위해 국가가 기업에 지원하는 연구개발(R&D) 예산을 비롯한 정부 예산을 직접 노동시장에 투입하는 등 국가의 자원 배분 시스템을 근본적으로 바꿔야 합니다." 최근 옵티스-쏠리드-스마일게이트인베스트먼트 측의 팬택 인수를 자문하며 뉴스의 초점이 되고 있는 변양균(66·사진) 옵티스 회장은 지난 11일 서울 중구 정동의 한 찻집에서 3시간가량 서울경제신문과 만나 한국 경제를 살리기 위한 청사진을 이같이 제안했다. 이번 청사진은 그가 지난 노무현 정부 중·후반 시절 기획예산처 장관과 청와대 정책실장을 역임했고 이후 인도네시아에서 정보기술(IT) 관련 사업 등을 하기도 했던 경륜을 바탕에 두고 있다. 그는 작심한 듯 미리 준비해온 도표를 여러 개 꺼내 보이기도 했다.

본지는 이날 서울중앙지방법원의 관계인집회에서 팬택을 살리기 위한 회생계획인가안이 통과될 경우 팬택 인수의 청사진을 주로 물으려 했다. 다만 최근 팬택 인수대금 납부기일이 오는 10월8일로 연기됐기 때문인지 변 회장은 팬택 건에 대해서는 말을 극도로 아꼈다. 그는 "인수가 마무리된 뒤 구체적인 청사진을 제시해야 하고 지금은 좀 더 팬택 인수 이후 방향에 대한 준비가 필요하다"고 양해를 구했다. 하지만 그가 이날 제시한 한국 경제 해법에서도 팬택 인수 이후의 경영 가치와 비전에 대한 힌트가 곳곳에 묻어났다.

변 회장은 "1960년대부터 1980년대 초까지 정부가 기업에 자본(토지), 기술, 노동을 직접 지원하다가 1980년대 중반부터 기술에 지원하는 식으로 간접 지원하고 있으나 앞으로는 전적으로 사람 중심으로 노동시장에 투자해야 한다"며 국가 정책(자원 배분)의 대전환을 촉구했다. 노동시장의 유연화를 적극 추진하되 실업자와 중산층의 주거비와 교육비 부담을 줄이는 정책을 쓰고 재취업이나 창업훈련 확대, 실업보험 증가에 정부 예산을 대폭 늘려야 한다는 것이다. 현재 연간 19조원에 달하는 국가R&D사업 예산의 상당 부분이 민간기업에 간접 지원되며 이것이 다시 규제로 연결되고 있는데 이제는 R&D 예산을 포함해 많은 예산을 노동시장에 비선별적으로 직접 투입하는 결단을 내려야 한다는 게 변 회장의 소신이다. "정부가 R&D 예산을 기업에 지원하는 과정에서는 반드시 규제가 생기고 집행과정에서 자금이 줄줄 새거나 비효율적으로 쓰입니다. 오히려 서유럽 방식처럼 기업이 맘껏 뛸 수 있고 노동자들이 자신이 원하는 일을 할 수 있도록 하는 측면에서 노동시장 유연화에 투자하는 게 바람직하죠." 그는 이어 "국가R&D사업을 따내기 위해 정부 입맛에 맞는 사업계획을 꾸리고 정부 로비에 집중하는 현 세태에서는 기업들이 살아남기 쉽지 않다"고 덧붙였다.

변 회장은 "노동 유연성을 이야기하면 나쁜 것으로 인식하는데 이는 고용과 해고의 권리를 사용자의 것으로 해석하기 때문"이라며 "노동자 권리로 이해하는 발상의 전환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직장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 노동자가 스스로 옮길 수 있고 경력자들이 한층 수월하게 재취업하거나 창업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야 극단적인 노사대립을 해소할 수 있다는 것이다.

변 회장은 "농업 사회의 지주들은 산업화 사회가 되면서 뒤로 밀려났고 그 자리를 삼성이나 현대 같은 기업들이 메웠다"며 "그러나 정보화 사회에서 나타난 팬택이나 휴맥스 같은 기업들은 산업화 사회 기업들을 압도하지 못했고 오늘날 초연결 사회에서도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미국에서는 애플이나 구글, 마이크로소프트(MS) 등이 제너럴일렉트릭(GE)이나 자동차·철강사와 같은 기존의 제조업 강자들보다 더 커지고 중국에서도 샤오미·화웨이·알리바바·바이두·텐센트 등 신흥 정보통신기술(ICT) 업체들이 세계적 기업으로 부상하고 있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아직 제조업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는 것이다.

"물론 제조업이 중요하지 않다는 얘기는 절대 아닙니다. 다만 ICT 등 가치와 기술에 중점을 둔 산업을 좀 더 키워야 합니다."

그는 이같이 단서를 달며 자체 제조공장은 없지만 혁신적 기업경영으로 스마트폰 시장을 주름잡고 있는 애플을 예로 들었다. 제조에 치중했던 노키아의 몰락 사례도 덧붙였다.

변 회장은 "성장이 중요하지만 필요조건이지 충분조건은 아니며 케이블카 조성 등 소비하기 좋은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며 "저성장 시대에 중산층의 가처분소득을 높여주는 데 정책의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재벌개혁에 대해서는 "재벌이 동네 빵집이나 음식점까지 진출해 자영업자들을 힘들게 하는데 출자총액제한제도나 순환출자 금지 등은 효과가 제한적"이라며 "오히려 기업의 지배구조나 그 오너 일가가 무엇을 하는지를 투명하게 모든 정보를 공개하도록 해 언론과 국민이 감시하는 시스템을 만들고 내부자거래는 엄격히 단속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기업인들이 불만을 털어놓는 배임죄에 대해서는 "스타트업이 크게 성장하려면 중간에 두 번은 제값을 받고 대기업과 창투사에 팔아야 하는데 배임죄가 있으면 어렵다"며 폐지를 주장했다.

He is…



△1949년 경남 통영 △고려대 경제학과 △1973년 제14회 행정고시 합격 △1987년 미국 예일대 대학원 경제학석사 △2002년 서강대 경제학박사 △2003년 기획예산처 차관 △2005년 기획예산처 장관 △2006년 대통령 비서실 정책실장 △2015년 옵티스 및 스마일게이트인베스트먼트 회장


"팬택, 단순 제조업 넘어 새로운 가치 창출하는 기업 될 것"



애플·구글 같이 '사용자 가치' 추구

"팬택은 앞으로 단순히 스마트폰을 제조하는 차원을 넘어 사용자가 왜 스마트폰을 쓰는지, 스마트폰 사용으로 어떤 가치를 찾는지를 발견해 더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회사로 변신할 겁니다."

변양균 옵티스 회장은 11일 서울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제가) 팬택 인수를 진두지휘하는 게 아니며 더구나 인수 자체가 아직 안 된 상황"이라며 팬택 인수와 관련된 현안에 대해서는 극도로 말을 아꼈다. 하지만 팬택이 나아가야 할 방향과 팬택 성공이 갖는 의미 같은 큰 그림에 대해서는 조심스럽게 소신을 피력했다.

이날 변 회장은 팬택을 궁극적으로 '제조업을 뛰어넘는 기업'으로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스마트폰이 일상의 필수품이 됐다면 이제 만드는 게 중심이 아니라 사용자 가치와 그 가치를 추구하는 기술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그 중심에는 컨소시엄을 구성한 옵티스의 이주형 대표와 쏠리드의 정준 대표가 있다. 변 회장은 "팬택 인수가 확정되면 앞으로 팬택 경영은 정 대표와 이 대표가 주도할 것"이라며 "저는 앞으로도 자문 역할을 하고 직접 경영에는 나서지 않을 계획"이라고 말했다.

변 회장은 정 대표와 이 대표가 팬택을 꼭 성공시킬 것이라고 자신했다. 그는 "정·이 대표는 투철한 기업가 정신으로 자신만의 아이디어와 기술을 갖고 회사를 박차고 나와 창업에 성공했다. 사회적으로 '권장돼야' 할 인물들"이라고 치켜세운 뒤 "이들이 성공하면 한국 사회에서 '경력자 창업'의 좋은 사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옵티스는 삼성전자 출신인 이 대표가 만든 광디스크 저장장치(ODD)와 관련 부품 생산 업체로서 지난해 150억원의 영업이익을 낸 내실 있는 기업이다. KT 출신의 정 대표가 설립한 쏠리드는 이동통신용 광중계기·광통신장비·무선통신장비 부문 국내 1위를 기록하고 있다. 이 두 업체에 지난달 변 회장이 회장으로 취임한 스마일게이트인베스트먼트의 자금력이 더해지면 변 회장이 그리는 '가치 창출의 팬택'을 완성할 수 있게 되는 것으로 전망된다. 변 회장은 "정 대표와 이 대표가 팬택 경영을 주도해 팬택을 산업화 시대의 제조업을 뛰어넘어 미국 애플·구글 같은 기업으로 만들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인수금액 마련과 같은 현안도 중요하지만 앞으로 5년, 10년의 운영방향을 제대로 잡는 것이 사실은 더 중요하다"고 말해 팬택 인수에 자신감을 내비쳤다. 팬택의 인수대금은 당초 400억원에 팬택 AS센터와 김포공장 부지 설비 비용 60억원을 더한 460억원 수준이다. 앞서 옵티스-쏠리드 컨소시엄은 계약금 40억원, 중도금 40억원으로 총 80억원을 냈고 앞으로 380억원가량을 오는 10월8일까지 법원에 납부해야 한다

이날 변 회장은 팬택의 글로벌 사업에 대한 계획 역시 귀띔했다. 현재 팬택은 인도네시아 시장에서 중저가 스마트폰 시장에 적극 진출한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 하지만 변 회장은 인도네시아에 그치지 않고 다른 동남아 국가로의 진출 역시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베트남과 스리랑카·미얀마 같은 다른 동남아시아 시장 진출도 고려하고 있다"며 "팬택이 국내 경제·산업적 벽에 부딪혀 거두지 못한 성공을 세계 시장에서 실현할 수 있도록 끊임없이 고민하고 이를 실행하겠다"고 전했다.

그는 지난달 '연봉 1달러'에 유명 게임사 스마일게이트의 계열 투자사인 스마일게이트인베스트먼트 회장으로 취임해 화제를 모았다. 이에 대해 그는 국내 스타트업(창업 초기기업)에 도움을 주기 위한 일종의 '재능 기부'라고 밝혔다. 변 회장은 "스타트업들이 기술 표준을 맞추지 못하거나 여러 규제에 힘들어하는 경우를 많이 접하게 됐다"며 "제도나 규제 측면에서 제가 도움을 줄 수 있는 방법이 있을 것 같아 그런 애로사항을 해결해주려고 한다"고 강조했다.



사진=이호재기자

대담=고광본

/조양준기자 mryesandno@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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