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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년 기고] 분배 개선, 세금 감면 축소부터

고소득자 소득세율 올려도 공제 통해 분배 악화 소지<br>사업소득 파악률 높이고 조세체계 단순화해야


분배를 개선하려면 세율을 내려야 한다. 한국판 버핏세가 임진년 새해를 1시간 가량 앞두고 새해 예산안과 더불어 기습처리된 마당에 '웬 개념없는 소리냐'고 타박 받을 수 있는 소리다. 하지만 버핏세의 진정한 의도가 '부자 때리기'가 아닌 분배 개선에 있다면 좀 더 근본적인 제도 개선을 생각해야 한다.

일반적으로 소득세와 같은 직접세의 소득재분배 효과가 부가가치세와 같은 간접세에 비해 크다고 한다. 부과대상 소득계층을 특정할 수 있을 뿐 아니라 높은 소득에 더 높은 세율을 매기는 누진세율을 보다 손쉽게 채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소득세의 소득재분배 기능에 지나치게 집착하다 보면 세율이 높아져도 분배는 크게 개선되지 않는 한계점에 이른다. 이렇게 되면 오히려 고소득자들의 근로의욕을 떨어뜨리는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 이를 막기 위해 일률적인 소득공제를 통해 세금을 깎아주면 감면 혜택은 주로 고소득계층에 돌아가고 분배는 오히려 악화될 수 있다.

실제로 이러한 현상이 우리 소득세에서 나타나고 있다. 1,430만명을 대상으로 부과되는 근로소득세의 경우 상위 소득자 11%가 전체 세수의 81%를 부담하고 있다. 세금을 아예 내지 않는 사람들도 40%에 이른다. 이런 상황에서 소득세율을 높이는 등 누진도를 높여도 분배는 기대 만큼 좋아지지 않는다. 종합소득세의 경우 누진도는 더욱 가파르다. 14%의 상위 소득자가 전체 세수의 94%를 부담하고 있다. 조세연구원의 연구에 따르면 우리 소득세의 누진도가 지난 1995년에 비해 6% 높아졌지만 2009년 지니계수로 계산한 소득재분배 효과는 4.3%에서 3.2%로 줄었다.

한편 소득세에 적용되는 각종 세금감면은 확대되고 있다. 신용카드 소득공제에 따른 세금감면액의 경우 2000년 346억원에서 2009년 1조9,000억원으로 늘어났다. 이러한 세금감면의 혜택은 주로 고소득층에 돌아간다. 소득세 감면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고소득층에 적용되는 세율을 높이면 기대와 달리 분배가 개선되지 않을 뿐 아니라 오히려 악화될 소지마저 있다. 소득세의 재분배 효과를 높이려면 세율을 높이기 전에 각종 소득공제부터 줄여나가는 것이 먼저다. 면세점을 낮추는 노력도 병행해야 함은 물론이다.



그러나 이러한 노력이 병행된다 하더라도 소득세만으로 우리의 분배구조를 개선시키려는 생각은 애초부터 무리다. 종합소득세와 근로소득세를 모두 합해도 총 소득세수는 내국세 전체의 15% 수준에 불과하다. 아무리 누진도를 높여나가도 이 정도의 세수 규모로는 소득세의 재분배 효과를 크게 개선하기 어렵다. 실제로 우리 소득세의 소득분배 개선 효과는 소득세수가 총 세수의 30%에 달하는 영국의 절반도 되지 못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그렇다고 소득세를 높이자는 것은 아니다. 소득세율만 올리면 자칫 유리지갑인 봉급생활자가 상대적으로 더 많은 세금 부담을 떠안을 수 있다. 상대적으로 소득 파악이 어려운 사업소득자에 대한 소득 파악 노력이 병행되지 않는다면 세율 인상은 오히려 분배구조를 악화시킬 수 있다는 얘기다. 재분배 효과를 높이려면 소득세 이외의 다른 세목들의 개편도 폭넓게 검토해야 한다.

국회가 정하고 행정부도 연초 임시국무회까지 열어 공포까지 끝난 법을 되돌릴 수는 없다. 그러나 이 법의 진정한 의도가 퇴색되지 않으려면 복잡한 조세체계를 바꾸려는 노력이 뒤따라야 한다. 분배 개선에는 보다 종합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소득세율 인상이라는 단편적인 접근은 오히려 분배구조를 악화시킬 수도 있다. 한건주의식 정치적 생색내기가 아니라면 지금이라도 보다 진지한 토론을 통해 보다 종합적인 방안을 찾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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