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완종 리스트 의혹을 수사하는 검찰 특별수사팀(팀장 문무일 검사장) 관계자는 홍 지사와 이 전 총리를 불구속기소한다고 21일 밝혔다. 전날 이 같은 내부 결론을 내린 수사팀은 이날 김진태 검찰총장의 결재를 받아 사법처리 방침을 확정했다.
특별수사팀이 구성된 지난달 12일 이후 39일 만에 성 전 회장의 메모(성완종 리스트)에 나온 8명의 정치인 중 2명에 대해 처음으로 사법처리 결정이 내려진 셈이다.
홍 지사는 성 전 회장이 마련한 1억원을 2011년 6월 국회 의원회관에서 윤승모 전 경남기업 부사장으로부터 건네받고 회계처리를 하지 않은 혐의를 받고 있다.
이 전 총리의 혐의사실은 충남 부여·청양 국회의원 재보선에 나섰던 2013년 4월4일 자신의 부여 선거사무소에서 성 전 회장을 만나 불법 정치자금 3,000만원을 받았다는 것이다.
다만 특별수사팀은 여러 여건을 감안해 홍 지사와 이 전 총리의 기소 시점을 추후 결정하기로 했다.
이와 관련해 특별수사팀 측은 “리스트 의혹 수사가 모두 종료되지 않은 상황에서 미리 증거기록 등이 공개될 경우 나머지 수사에 장애가 예상될 수 있다”며 “수사 보안에도 여러 문제가 있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특별수사팀은 홍 지사와 이 전 총리에 관한 증거기록을 제출하는 실무적인 문제나 공판 일정 등을 향후 수사 계획과 함께 종합적으로 고려해 기소 시점을 결정하기로 했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리스트 속 남은 인물 6명에 대한 의혹 규명을 대체로 마무리한 뒤 홍 지사와 이 전 총리를 기소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특별수사팀은 2012년 대선 기간에 성 전 회장이 정치권에 금품을 제공한 의혹과 2007년 특별사면을 받기 위해 정권 실세에게 로비한 의혹 등을 향후 수사 대상으로 삼고 있다.
대선자금 의혹의 경우 새누리당 홍문종 의원과 유정복 인천시장, 서병수 부산시장 등 리스트 속 인물 3명이 관련돼 있다.
금품거래 의혹 시점이 2006∼2007년인 김기춘·허태열 전 청와대 비서실장의 경우 의혹 내용이 사실이더라도 공소시효를 넘겼을 공산이 커 사실상 수사하기 어렵다는 관측이 많다.
리스트 속 남은 1명인 이병기 청와대 비서실장도 메모에 금품 액수나 시기 등이 전혀 적혀 있지 않아 수사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이런 점에서 검찰은 대선자금 및 특사 의혹을 면밀히 수사한 뒤 사법처리 대상자가 나올 정도가 아니라는 판단하면 다음 달 초·중순께 중간수사결과를 발표하고 홍 지사와 이 전 총리를 함께 기소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는 관측이 뒤따른다.
/디지털미디어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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