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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전관예우 근절의지 보여준 전향적 결정

검사 출신 차관급 인사의 로펌행을 불허한 공직자윤리위원회의 판단이 정당하다는 행정심판이 나왔다. 국민권익위원회 소속 중앙행정심판위원회는 A 전 법제처장이 대형 B법무법인 취업제한을 결정한 공직자윤리위원회를 상대로 청구한 행정심판을 기각했다. A씨는 2009년 서울고검 형사부장 때 결재한 사건 일부의 소송대리를 B로펌이 맡았다는 이유로 재취업이 불허되자 심판을 청구했다. 일명 전관예우 방지법으로 불리는 공직자윤리법이 시행된 2011년 11월 이후 장관급 인사의 로펌 취업을 제한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이번 심판 결과는 고위직에서 퇴직한 변호사의 로펌 취업 불허에 따른 개인적 불이익보다 전관예우를 근절할 공익적 필요성을 더 중시한 취지로 해석된다. 전관예우 방지법상 업무연관성을 포괄적으로 적용했다는 측면에서도 의미가 크다. 과거 5년 전까지 거슬러 올라가 업무 연관성을 따진데다 결재선상에 있었다는 것만으로도 이해관계가 충돌한다고 판단한 것은 전향적이다.

현행 공직자윤리법에는 4급 이상 공무원들의 경우(일부는 7급까지) 퇴직 전 5년간 소속했던 부서 업무와 관련이 있는 민간기업이나 협회, 로펌·회계·세무법인 등에 퇴직 후 2년간 취업하지 못하도록 규정돼 있다. 하지만 공직자 재취업 심사는 그동안 유명무실하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직무 연관성을 너무 협소하게 적용한 탓이다. 지금까지 심사를 받은 퇴직 공무원 1,362명 가운데 1,263명(93%)이 재취업에 아무런 제약도 받지 않았다는 것은 전관예우 근절 의지를 무색하게 한다.



능력과 자질을 갖춘 공무원들이 퇴직 후 민간 분야에서 활약하는 것은 권장할 만한 일이다. 하지만 전관예우 차원이라면 얘기가 다르다. 적폐가 이만저만 심각한 게 아니다. 공공부문 비리와 부패의 온상일 뿐만 아니라 사회통합을 가로막고 국민적 위화감을 조장해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뿌리 깊은 부조리를 끊어내자면 업무 연관성 여부를 이번처럼 엄격히 심사해야 할 것이지만 제도적 허점도 보완해야 한다. 무엇보다 퇴직 전에 다른 부서로 옮겨 재취업하는 편법을 방치해서는 안 될 것이다. 일부 선진국처럼 영구 재취업 금지까지는 아니더라도 현행 2년인 재취업 제한기간을 늘리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굳이 제도적 구속이 아니더라도 전관예우를 당연시하는 공직사회의 풍토와 공직자의 의식부터 달라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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