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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새 살 돋는 구조조정

좀비기업 느는데 개선작업 소홀… 부패권력과 세금으로 돈잔치도

절차는 투명하게, 범죄는 막아야


김승일 중견기업연구원 원장

좀비기업은 급증, 구조조정은 지지부진

회생과정 부패공생으로 세금 돈잔치도

구조조정 서두르돼 투명화·효율화 해야

중국 기업들의 과잉 투자 누적이 중국경제 전반의 불가피한 구조조정을 유발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금융위기 등으로 선진국들이 마이너스 성장을 할 때도 고속성장하던 중국이 본격적 구조조정을 앞두고 있는 것이다. 중국의존도가 심한 한국경제에도 큰 충격을 줄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되는 상황이다. 중국이 아니더라도 한국경제에는 이미 다수의 구조조정 대상기업들이 존재한다. KDI에 따르면 3년 연속 영업이익으로 대출이자도 충당치 못하는 한계기업이 2009년 2,698개에서 2014년 3,295개로 늘어났다. 2014년 기준 총 기업부채는 1,563조원에 이른다. 중국경제 침체의 영향과 더불어 한국경제가 감당해야 할 자체 구조조정의 부담이 무겁다. 건설, 조선 등 침체 산업 이외에 최근엔 철강, 석유화학, 전자 등의 산업에까지도 구조조정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구조조정(Restructuring)이란 경제나 기업의 구조적인 부분을 크게 혁신하거나 가다듬는 것이다. 부채, 사업, 인력 등의 구조와 규모를 변화시키거나 조정하게 된다. 부채 과다 기업은 워크아웃, 법정관리 등을 통해 채무와 변제구조를 새롭게 설계해 회생의 발판을 만든다. 기존 사업이 부진하거나 부정적 전망이면 신사업 개발, M&A 등의 사업 구조조정이 필요하다. 과다하거나 부적합한 인력은 축소, 배치 전환 등을 통해 사업 환경에 맞도록 조정될 필요가 있다. 즉 시장에서 진부하거나 무능한 것으로 평가되는 부분을 줄이거나 퇴출시키는 것이다. 그러나 없애고 줄이는 것이 구조조정의 본질은 아니다. 헌 것을 버리되 그 자리에 새살을 돋게 하는 것이 본래의 목적이다. 자본 잠식의 경우 기존 대주주가 자신의 자리를 새로운 투자자에게 넘겨주는 등의 형태가 된다. 사업 구조조정은 기존 사업이 새로운 기술자와 사업전략에 의해 대체되는 것이다. 역할이 끝난 인력들은 물러나고 새롭게 필요한 인력들이 등장하는 과정이 인력 구조조정이다. 구조조정의 본질은 투자자, 사업, 전문가가 교체됨으로써 기업이 새롭게 재생되고 역동성을 되찾는 과정이다.

관련하여 국내 기업 구조조정 프로세스에서 심각한 문제점들이 발견된다. 헌 것을 새 것으로 대체하고 활력을 되찾는 과정의 추진이 지지부진하다. 좀비기업들이 연명하는 것을 무조건 지원하고 정당화하려는 세력들이 존재한다. 변화된 시장과 기술에 뒤쳐진 기업의 주주, 경영자들이 새로운 선수들에게 자리를 양보하는 대신 좀비상태로 연명되는 경우들이 많다. 흘러야 할 물이 옛 자리에 머물면 혁신과 창조가 자리할 곳은 없다. 어려운 기업을 지원한다는 명분아래 새로운 사업, 경쟁력 있는 기술, 인력들은 거부되고 있다. 더 심각한 것은 좀비기업과 부패의 공생이다. 채권단 은행, 부실기업 경영진, 법원 주위에 있던 인사들이 각종 자리를 차지하고 나중에 구멍이 생기면 세금으로 돈 잔치를 벌인다. 새살이 돋는 게 아니라 부실을 악화시키고 재생을 불가능하게 한다.

부실기업, 좀비기업 구조조정 프로세스는 건전한 시장, 좋은 경제구조에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창업환경도 중요하지만 잘못된 사업과 자산을 잘 구조조정해 자본과 인력이 보다 생산성 높은 곳에 재투자되도록 요소시장 구조를 만들고 운영하는 것이 중요하다. 부실 좀비기업에 자본과 인력, 기술이 잠겨 있을수록 경제의 성장, 고용창출은 타격을 받는다. 한 연구에 따르면 좀비기업 비중을 10%만 낮춰도 정상기업에서 11만 명의 고용을 창출할 수 있다고 한다. 우리의 경우 기업 구조조정 절차가 시작되면 기업은 시장에서 퇴출되고, 공적 권위에 의한 금융기업과 법원 등이 역할을 대신한다. 이들의 역할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구조조정 절차 자체가 투명하고 효율적이어야 한다. 무엇보다도 세금 낭비를 막고, 참여자들의 배임과 횡령 등 일탈 범죄를 제대로 규제해야 한다. 구조조정 제도와 절차도 국가경쟁력의 하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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