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현대사에 대한 고전으로 평가 받는 해리슨 E. 솔즈베리의 '새로운 황제들'의 개정증보판이 나왔다. 기존 1992년까지의 서술에다 최근 시진핑 체제의 출범의 역사를 추가한 내용이다. 현대 중국을 형성한 주요 사건을 공산당 지도자들을 중심으로 엮은 이 책은 에드다 스노우의 '중국의 붉은별'과 함께 중국현대사와 관련한 서양인이 쓴 대표적인 저작으로 꼽힌다.
퓰리처상 수상자이기도 한 솔즈베리는 뉴욕타임스의 모스크바 특파원을 역임한 구소련 및 중국 문제 전문가. 20여년간 중국을 방문하며 취재했고 1984년에는 50년전의 마오쩌둥과 홍군이 겪은 대장정의 노정을 그대로 되밟으며 중국 서부 오지를 7,400마일이나 여행하기도 했다. 이외에 마오쩌둥과 덩샤오핑의 가족, 측근은 물론 두 사람을 적대시한 인물들과도 광범위한 인터뷰를 했다. '중국의 황제들'은 이처럼 수년에 걸친 여행과 인터뷰, 그리고 당시의 정치상황에 깊숙이 연루됐던 사람들의 육성 증언과 회고록을 포함한 방대한 자료를 토대를 쓰여진 중국 현대사다.
솔즈베리가 보는 중국 공산당의 지도자들, 즉 마오쩌둥이나 덩샤오핑은 이름만 바꾼 고대의 황제에 다름 아니다. 그래서 책의 제목도 '새로운 황제들(The New Emperors)'다. 마르크스ㆍ레닌주의의 얇은 베일 뒤에 숨어서 마치 역대 중국의 황제들처럼 중국의 고전과 사서(史書)에 의존해 국가를 통치하는 현대판 군주라는 것이다.
솔즈베리는 1992년 '새로운 황제들'을 출간하고 이듬해 세상을 떠났다. 솔즈베리가 본 마지막 대사건은 6.4 천안문 사태(1989년)였다. 때문에 솔즈베리가 전망한 중국공산당 지도부의 앞날은 다소 어두웠다. 마르크스ㆍ레닌주의를 고수하면서도 자본주의적인 요소의 선택적 도입을 통해 경제성장을 이룩할 수 있다는 덩샤오핑의 사회주의 시장경제 이론에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중국 역사는 끝나지 않았다.
중국은 덩샤오핑의 사후에도 세 차례의 지도부 세대교체를 이루고 G2 중의 하나라는 경제대국을 이루었다. 덩샤오핑식 개혁ㆍ개방이 어느 정도는 성공한 것이다. 솔즈베리의 책에 대해 이번에 개정증보판이 나온 이유다.
11년간 중국 주재 특파원을 지낸 중국전문가 박승준 인천대 교수가 1993년 이후의 일을 추가로 정리했다. 솔즈베리의 책 내용이 끝나는 시점인 천안문 사태 후 그 후유증을 치유하는 과정에서 나온 덩샤오핑의 남순강화부터 최근의 시진핑 지도부 출범시기까지를 다루고 있다. 다년간의 현지 취재와 관찰을 바탕으로 덩샤오핑의 말년과 장쩌민ㆍ후진타오ㆍ시진핑 지도부의 출신 배경, 선임 과정, 고위층 내 역학관계와 주요 정책의 결정 경위 등에 대해 현장감을 담아 서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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