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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총 시즌을 맞이해 국민연금의 의결권 행사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지난 3월7일 자동차부품 제조업체 만도의 주총에서 기업가치 훼손을 이유로 현 대표이사의 이사 재선임에 반대한 것을 계기로 이번 주총 시즌에는 국민연금이 보다 적극적으로 의결권을 행사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국민연금의 의결권 행사는 기금운용위원회가 수립한 일종의 매뉴얼인 의결권 행사 지침에 따라 기금운용본부가 하고 의결권행사전문위원회는 의결권 행사 지침에 따른 판단이 어려운 안건에 대해 결정한다. 즉 국민연금의 의결권 행사는 기금운용본부가 하지만 공개된 지침에 의하거나 의결권행사전문위에서 결정한 방향에 따라서만 할 수 있다.
그리고 의결권행사전문위는 다양한 이해관계자가 추천한 외부전문가로 구성되므로 어느 일방의 주장이 관철될 수 있는 구조가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재계나 노동계는 자신들의 입장이 100% 반영되지 않는 아쉬움이 있을 수 있지만 한편으로는 정치적 혹은 정책적 상황을 고려하지 않고 오로지 기업가치 제고라는 측면에서 의결권 행사 방향을 결정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만도의 경우에도 기업가치 제고라는 관점에서만 판단해 이사 재선임에 반대한 것이다. 만도가 자회사를 통해 한라건설 주식을 취득한 것은 부실 모기업을 지원하기 위한 것으로 보고 이사 재선임에 반대한 것이다. 반대했는데도 주총에서 가결되면 국민연금으로서는 현실적으로 할 수 있는 것이 아무 것도 없다. 일각에서 의결권의 실효성 제고를 위해 주주제안권이나 주주대표소송 등 주주권행사에 대해서도 전향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하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이러한 상황임에도 기업가치 훼손이나 주주의 권익 침해가 명백한 사안에 대해 국민연금이 반대의 의결권 행사를 하는 이유는 그 과정에서 경영진에 대해 문제의 심각성과 경각심을 일깨울 수 있을 것으로 믿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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