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금속노조 현대자동차지부(지부장 이경훈)는 파업을 위한 조합원 찬반투표 결과 전체 조합원 4만7,262명 가운데 3만2,931명이 찬성해 파업을 가결했다고 밝혔다. 파업 찬성률은 69.68%이다.
남은 절차는 중앙노동위원회의 조정인데 지난 11일 1차 조정 때는 '행정지도' 결정이 난 바 있지만 오는 21일 예정인 2차 조정 때는 '중지' 결정이 날 가능성이 높아 노조가 곧바로 파업에 나설 수 있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따라 현대차 노조는 22일부터 본격적인 파업에 돌입할 예정이다.
현대차 파업이 임박함에 따라 당장 대규모 생산차질이 불가피해질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 노조가 지난해 8월20일부터 9월5일까지 15일간 파업에 들어갔을 때 회사가 입은 생산차질액은 1조225억원에 달했다. 회사가 차를 팔고 싶어도 노조가 파업을 하는 바람에 생산이 안 돼 팔지 못해 입은 피해가 이 정도라는 것이다.
현대차 손실액도 크지만 영세 중소 규모의 부품 협력업체들은 피해에 더 민감하다. 이 기간 협력업체의 피해는 본사 피해의 86% 수준인 8,880억원에 달한 것으로 추산됐다. 노조 파업으로 납품을 하지 못하면 많게는 수백억원의 매출손실을 가져올 수 있는데 납품처를 다변화하지 못한 부품업체들이 직격탄을 맞을 수 있다.
현대차의 한 관계자는 "노조 파업의 직접 영향권은 울산과 경주 지역에 분포돼 있는 1차 협력업체 40여개와 2·3차 협력업체 500여개"라고 말했다. 이들 업체는 현대차의 재고 최소화를 위해 납품시간은 물론 순서까지 정해 부품을 공급하고 있기 때문에 파업은 곧 휴업으로 직결되는 것이다. 이들 부품업체는 8월 초 현대차 노조의 휴가시즌에 맞춰 일제히 휴업에 들어갔지만 복귀와 함께 다시 원하지 않는 휴업을 해야 할 처지에 놓인 것이다.
전국적으로 따지면 현대차 협력업체는 5,300여개에 달한다. 이들 모두 파업이 장기화될 경우 생산차질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한 부품 협력사 관계자는 "현대차 직원은 파업이 끝나더라도 격려금·성과금 등을 받지만 부품업체 직원들은 보전 받을 곳이 없다"며 "현대차 노조가 파업하면 회사 실적은 곧바로 떨어지고 이를 만회할 방법이 없기 때문에 협력사들은 노조 파업이 부담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현대차 노조는 통상임금 확대를 끝까지 고수하며 처음부터 파업 수순을 밟아왔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실제 노조 집행부는 중도성향의 실리파로 분류되지만 통상임금 문제를 놓고 강경대처를 주장하는 강경파들의 논리에 선택의 폭이 좁아졌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현대차 노조는 한국GM과 쌍용차가 정기상여금을 통상임금에 포함하기로 한 것에 크게 고무돼 현대·기아차그룹 노조가 함께 연대, 통상임금 확대 관철에 올인하고 있다"며 "그러나 통상임금 범위를 확대하면 재정기반이 열악한 부품업체들은 줄줄이 문을 닫아야 할 상황"이라고 우려했다. 현대차 관계자 역시 "부품업체를 비롯한 모든 자동차기업 노사가 현대차의 교섭결과를 지켜보고 있는 상황에서 현대차가 통상임금의 확대 결정을 내린다면 자동차업종 전체가 붕괴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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