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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요일 아침에] 성 폭력… 부끄러운 과거

7세 여아 성폭행, 사회전체의 책임<br>왜곡된 인식은 경제 개발도 막아<br>구일본군 행태에서 벗어날 기회<br>'경제란 도덕이라는 바다에 뜬 섬'


세상에. 일곱살짜리 여자 아이를 이불 채 둘둘 말아 납치해 성폭력을 가했다니 말이 안 나온다. 딸이 이 뉴스를 볼까 봐 겁이 난다. 민망함에는 책임이 있다. 세상이 밝히는데 조금이라도 기여하고픈 생각에서 기자가 되고자 했던 젊은 날의 다짐이 무색하다. 부끄럽다.

언제부터 우리가 이렇게 망가졌던가. 두 가지가 생각난다. 첫째로 우리는 원래부터 그렇다. 색(色)을 밝히는 천성이 갑남을녀의 생활 속에 자리 잡아버렸다. 머리를 스치는 풍경이 있다. 가격 경쟁력이 있는 지역, 즉 땅값이 비싼 대도시를 벗어나는 경계에 즐비한 모텔은 결코 망하지 않는다. 수요가 있기 때문이다. 성(性)에 대한 수요가 그만큼 많다.

성 폭력을 이해하기 위한 두 번째 키워드는 권력이다. 가진 자일수록, 높은 자일수록 강남의 유흥업소 족보를 꿴다. 아랫물은 윗물을 따라가기 마련이다. 오랫동안 우리는 성문화에 관대한 풍습을 갖고 있다. 사법고시나 행정고시에 합격해 처음 선배들과 술을 마시는데 그 끝이 성을 매매하는 업소라면 그 공무원의 차후 행각은 말할 것도 없다.

아주 유명한 일화가 하나 있다. 지난 1970년대 재무부장관을 지내던 한 인사가 비서와 바람이 났다. 대통령에게도 보고됐는데 그 답이 흉측하다. '그래, 그 조그만 놈도 아랫도리가 있단 말이야!' 현직 장관의 불륜을 보고 받은 대통령의 반응이 이랬다. 그걸로 끝났다. 아무도 장관의 불륜을 문제로 삼지 않았다. 놀라운 성적(性的) 자유며 관용이다.

택시 안에서 술집에서 대통령과 헌법을 비난하는 발언만 해도, 그야말로 숨만 잘못 쉬어도 긴급조치 위반으로 감옥에 가야만 했던 그 시절에 우리 성층권은 통치권자의 용인 아래 대단한 성적 자유를 누렸다. 오죽하면 그 대통령 자신이 여성들과 술자리에서 부하가 쏜 총탄에 죽었을까. 사관학교를 수석으로 졸업한 엘리트 장교가 대통령의 밤을 위한 채홍사로 지내며 고뇌했던 사실은 신문의 누런 활자뿐 아니라 2005년작 영화 '그때 그 사람들'이 말해준다.



다른 것은 차치하고 성(性) 문제로만 볼 때 당시는 암흑의 시대다. 제 아무리 경제를 살렸다고 해도 섹스에 관해서라면 당시 통치자는 무수한 얘깃거리를 남겼다. 죽음도 극적이다. 부하의 총탄에 죽은 궁정동 만찬 자리에는 '운명의 술'양주 시바스리갈과 딸보다 어린 여성, 배우를 지망한다는 미모의 대학생과 유명 가수가 있었다. 마음먹은 대로 젊음과 미모를 취하던 권력은 세월 속에 묻혔을까. 그렇지 않다. 여전히 살아 있다. 빈번하는 성범죄가 그 반증이다. 문제는 지금은 물론이고 미래의 권력에도 병원균처럼 잠복 상태라는 점이다. 그리고 거기에는 왜식(倭式) 문화와 인식, 즉 일본 제국주의 시대의 잔재가 남아 있다.

권력의 룸싸롱, 궁정동에 죽어간 통치자는 자신은 물론 부하의 성(性)에도 너그러웠다. '허리 아래는 논하지 말라'는 옛 일본군의 인식 탓이리라. 현대국가로서는 행할 수 없는 범죄인 위안부 강제 연행에 대해 일본이 제대로 반성하지 않는 기저에도 '허리 아래에 문제 삼지 말라'라는 생각이 깔려 있다.

결국 일곱 살짜리 어린애를 성욕의 대상으로 삼는 몰가치 체계에는 일본식 문화와 인식, 그리고 과거의 권력이 밑바탕으로 또아리 틀고 있다는 얘기가 된다. 어떻게 떨쳐내야 할까. 반성이 우선이다. 미래의 동량인 어린이에게 해를 입혔다면 사회 전체가 통탄하고 뉘우쳐야 한다. 회심(悔心)하려면 성폭력의 근원부터 따져볼 필요가 있다. 생활은 개판인데 성적이 우수한 학생의 미래가 온전할까. 경제를 위해, 보다 근원적이고 지속적인 성장을 위해 마음의 매무새를 가다듬자. 명저 '불확실성의 시대'를 남긴 경제학자 갤브레이스는 말했다. '경제란 도덕이라는 바다 위에 떠 있는 섬'이라고. hongw@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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