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들의 윤리경영 모습이 빠르게 변하고 있다. 단순한 기부에서 이익극대화를 위한 전략적 윤리경영으로, 나아가 사회공헌에서 인류에 대한 박애로 확대되는 양상이다. 그 공헌의 진정성 확보를 위해 아예 지역사회에 뿌리를 내리는 기업들도 점차 늘고 있다. 대다수의 기업들이 '혁신과 고객의 가치창조'를 이념으로 두고 있지만 수단과 목적가치의 역전현상은 생존경쟁 현장에서 종종 빚어진다. 기업과 사회의 상생을 위해 윤리와 이익 사이 관계설정이 중요한 때다.
단순 기부만으로 기업 신뢰 못 얻어
윤리적 기업은 장수한다. 윤리적 경영이 성공을 보장해주진 못하지만 장수하는 기업 사례는 많다. 미국 포천지 선정 500대 기업의 평균 수명은 40년, 우리나라 100대 기업은 30년이라고 한다. '정직과 신뢰'를 기업이념으로 하는 GE사, 윤리경영을 이념으로 둔 존슨앤드존슨과 모토로라, 기부왕 빌게이츠의 마이크로소프트(MS), '납품업체에 커피 한 잔도 얻어 먹지 말라'는 월마트, 100주년 기념일을 '봉사의 날'로 장식한 IBM사 등 알 만한 글로벌 기업들은 장수기업들이며 모름지기 훌륭하게 윤리경영을 실천해나가는 기업들이다. 물론 회계부정으로 파산한 엔론을 비롯해 윤리경영 실패로 문을 닫은 사례도 국내외에 무수히 많다. 미국에서 사회적 책임경영을 하는 1,800개 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하는 스톡스지수가 있다. 삼성경제연구소에 따르면 4년간 추적 조사한 결과 상위 20% 기업들이 나머지 기업에 비해 자산과 매출액ㆍ영업이익에서 훨씬 높은 성장률을 나타냈다. 우리도 지속 가능 경영기업들이 주가상승률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윤리적 기업들이 더 돈을 번다는 반증인데 아직도 목전의 이익을 쫓다가 넘어지는 사례가 잦다.
이제 윤리경영의 패러다임 변화에 주목해야 한다. 신자유주의를 옹호하는 밀턴 프리드먼은 '기업의 유일한 책임은 이익극대화'라며 주주 입장을 대변했지만 석학 마이클 포터는 '기업의 목적은 이익보다는 기업과 이해관계자 등 기업생태계와 경제적 혜택을 공유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혜택을 공유하는 '관계 윤리'로 패러다임이 전환된 것이다. 포천지 선정 250대 기업 중 글로벌 기업의 '사회적책임보고서'작성 비율이 1995년 35%에서 2011년엔 95%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미국의 사회적책임투자(SRI) 펀드는 연평균 11%씩 성장하고 있다고 한다.
비리 차단ㆍ혜택 공유에 초점둬야
물론 우리도 외국 못지않게 사회공헌에 매진하는 기업이 많다. 지난 2010년 전경련이 한미일 기업의 매출액 대비 사회공헌지출을 비교한 결과 우리가 매출액 대비 0.24%로 미국(0.11%)ㆍ일본(0.09%) 대비 2배 이상 많았다. 이처럼 더 많이 지출하며 배려하고 있음에도 왜 기업들은 존경 받지 못하는가. 사회공헌을 해도 진정성과 신뢰를 얻지 못한다면 오히려 비용만 늘어난다는 점에서 자성이 필요한 부분이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은 국제표준(ISO 26000)으로도 평가 받고 있으며 인도와 독일 등은 사회적 책임을 이미 법제화했다. 또한 기업에 대한 자본의 투자수익률처럼(ROI)처럼 사회적투자지수(SROI)가 개발돼 사회공헌도를 측정하고 있다. 지멘스ㆍ엑슨모빌ㆍHPㆍMSㆍ도요타 등과 우리 대기업들도 사회적 책임에 대한 자체평가 모델을 만들어 시행하고 있다. 그런데 우리나라 큰 기업들도 자체감사부터 국정감사까지 5~6단계의 감시ㆍ감독 단계를 거치면서도 비리가 재발되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무엇보다 기업주의 의지가 기업윤리를 좌우한다고 볼 수 있다. 제도도 중요하지만 각자 성찰의 힘을 키우고 착한 양심에 희망을 걸자. 밑 빠진 콩나물 시루에다 계속 물을 붓는 것과 같은 원리다. 이는 쉽지 않지만 결코 포기할 수 없는 최후의 보루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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