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를 겨냥한 미국의 에너지 무기화 전략이 급물살을 타고 있다. 유럽에 에너지를 수출해 노골적으로 천연가스로 서유럽 국가들을 압박하는 러시아의 전략을 무력화시키겠다는 것이다.
20일(현지시간) 블룸버그 등에 따르면 미 연방에너지규제위원회(FERC)는 미 에너지 업체인 셈프라에너지가 요청한 캐머런 액화천연가스(LNG) 수출 터미널 프로젝트를 승인했다. 미 당국의 LNG 수출 프로젝트 승인은 지난 2012년 4월 사빈 패스 LNG에 이어 사상 두 번째이며 우크라이나 사태 이후에는 처음이다.
총 100억달러가 투입되는 캐머런 LNG 프로젝트 시설은 올해 말부터 루이지애나주에 건설되며 오는 2017년 말부터 첫 수출을 시작해 2019년에는 하루 17억큐빅피트(1큐빅피트는 28.57리터)의 수출능력을 갖추게 된다. 데브라 리드 셈프라 회장은 "이번 승인은 미국이 무역 동반자에게 천연가스를 공급하기 위한 또 하나의 중대한 발걸음"이라고 설명했다. 역시 루이지애나주에 위치한 사빈 패스 LNG 플랜트의 경우 내년 말부터 수출을 시작한다.
캐머런 프로젝트 승인을 계기로 자국의 셰일 혁명을 활용한 미국의 에너지 무기화 전략도 속도를 낼 것으로 전망된다. 실제 러시아 제재 조치가 천연가스 의존도가 높은 유럽의 미지근한 태도로 지지부진하자 버락 오바마 행정부와 정치권의 움직임도 빨라지고 있다. 최근 미 에너지국이 미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을 맺지 않은 에너지 수출 허가절차를 간소화하는 조치를 내놓은 게 단적인 사례다.
한마디로 유럽 수출길을 활짝 열어 러시아를 고립시키겠다는 뜻이다. 현재 기업들이 미 에너지국과 FERC에 앞다퉈 승인을 요청한 LNG 수출 프로젝트는 24건에 이른다. 미 상원의 에너지천연자원위원회의 메리 랜드리우(민주당) 위원장은 20일 "캐머론은 미국을 에너지 슈퍼파워 자리에 올려놓을 것"이라며 "FERC와 에너지국은 다른 프로젝트 승인 결정에도 매우 빨리 움직여야 한다"고 촉구했다.
지난달 미 하원의 에너지통상원회도 LNG 수출 프로젝트 승인을 단축하는 법안을 본회의에 보냈다. 19일에는 일부 상원의원들이 환경영향 평가가 끝나면 에너지국은 45일 내 프로젝트 승인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는 법안을 발의하기도 했다. 다만 미국이 국제 천연가스시장에서 러시아의 영향력을 축소하려면 아직 갈 길이 멀다. 이미 승인한 LNG 수출 프로젝트가 가동되려면 아직 시간이 한참 남아 있는데다 심사 중인 나머지 프로젝트의 상당수는 자금조달에 애를 먹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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