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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낸셜 포커스] 시나리오로 본 우리은행 인수전

입찰시 '금융 주력자' 판단 논란 거셀듯


우리은행 경영권 지분 매각 예비입찰이 오는 28일로 다가온 가운데 금융당국과 인수 후보군들 간의 물밑 눈치전이 치열해지고 있다. 금융당국은 인수 후보군이 적절치 않다는 판단에 한때 매각 철회(딜 드롭·deal drop)을 검토하기도 했으나 현재로서는 예비 입찰을 예정대로 진행할 것으로 보인다. 국내 유력한 인수후보였던 교보생명의 참여가 여전히 불확실한 가운데 잠재적 인수후보자들이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따라 우리은행 인수전은 전혀 다른 양상으로 진행될 것으로 전망된다.

① 교보생명 참여시

유효경쟁 성립… 적격성 심사 관건


우리은행 인수전의 국내 인수 후보인 교보생명은 명확한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교보생명의 우리은행 인수에 대한 부정적인 기류를 의식한 듯 신창재 회장 역시 최근 서울경제신문과 만나 "경영협의회에 결정할 사안"이라고 선을 그었다. 하지만 교보 내부에서는 당국과의 소송전을 감수하고라도 인수전에 뛰어들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어 막판에 예비입찰에 뛰어들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교보생명이 입찰에 참여할 경우 유효경쟁 요건이 충족될 가능성은 높다. 현재 교보생명 외에도 중국 안방보험과 대만의 한 산업자본이 인수 의사를 타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유효경쟁이 성립되면 '대주주 적격성 심사'가 최대 쟁점으로 부각될 것으로 보인다. 금융당국은 교보생명의 대주주가 개인(신 회장)인데다 은행 경험이 없다는 측면에서 적격성에 문제가 있다고 보고 있다. 하지만 국내 금융지주 가운데 우리은행 인수 의지가 있는 곳이 없다는 측면에서 보면 당국의 심사기준이 너무 현실성이 결여돼 있다는 논란에 휩싸일 수 있다.

② 교보생명 불참시

해외매각 우려… 외교마찰 가능성


교보생명이 인수전에 뛰어들지 않으면 남는 시나리오는 두 가지다. 유효경쟁이 성립하지 않아 입찰이 무산되거나 해외 자본들끼리의 경쟁 구도가 되는 것이다. 입찰이 무산되는 것은 큰 잡음이 없겠지만, 해외 자본들끼리 경쟁 구도가 되면 문제가 복잡해진다.



국내 은행을 해외에 매각하는 것에 대한 국민적 반감이 큰 만큼 당국 입장에서는 어떻게든 해외 자본들의 적격성을 문제시 삼을 수밖에 없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이 과정에서 해외 자본 차별논란이 생기며 외교적 마찰로 비화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특히 안방 보험뿐 아니라 대만이나 다른 중국 자본까지도 인수전에 뛰어들 경우 당국이 민영화 논리에 발목 잡혀 어쩔 수 없이 우리은행을 해외에 매각해야 되는 상황에 처할 수도 있다.

당국은 앞서 외환은행 매각 당시 인수 후보였던 HSBC가 금융 주력자인지 알아봐야 한다며 시간을 끌다가 외교적 마찰을 초래한 바 있다.

③ 입찰 무효시

매각방식 판갈이, 시기는 불투명


금융당국은 우리은행 인수전이 유찰되면 경영권 지분 30%를 다시 팔지, 나중에 희망수량으로 쪼개서 팔지 시장 상황을 보고 다시 판단할 방침이다. 금융계 일각에서는 우리은행을 메가뱅크의 불쏘시개로 다시 활용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남아 있는 만큼 재매각 시기는 장담하기 힘들다. 이밖에 우리은행을 카드 부분, 국제 부분, 대기업 부분, 소매 부분 등으로 분할해 매각하는 방안도 나올 수 있으나 이는 이해관계자 간의 입장 차가 크고 국내 금융지주를 활용할 수밖에 없다는 측면에서 현실 가능성이 높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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