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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中·日 바둑영웅전] 봉위수기의 가르침

제7보(101~119)



백이 5의 자리에 틀어막으면 일단 봉쇄에 성공하게 된다. 그러나 다음 순간 흑이 4의 왼쪽에 젖혀 나오게 될 것이 뻔하다. 그렇게 되면 중원의 백진은 생각보다 그 폭이 넓지 않다. 이세돌은 5의 자리를 틀어막기 전에 백4로 우변 흑대마를 위협했다. 이세돌이 바라는 것은 참고도1의 백4까지. 이 코스라면 백이 유망하다. "형세판단에 밝은 박영훈이 이 코스를 순순히 따라 주지는 않을 겁니다."(윤성현) "하지만 목에 칼이 들어온 마당에 반발을 할 수가 있을까."(서봉수) 서봉수9단이 참고도2의 백4를 검토실의 판위에 자신만만하게 올려놓았다. 이것으로 흑대마는 8할 이상 사망이라는 말과 함께. 옆에 둘러 앉았던 안조영9단과 홍민표6단이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살길이 보이지 않는다는 뜻이었다. 다시 장고 10분을 거친 박영훈. 그는 검토실의 예상을 뒤엎었다. 실전보 백4에 전혀 반응을 하지 않고 5로 힘차게 뻗어버린 것이었다. 이세돌의 백6은 노타임. 흑대마의 안형을 뿌리째 위협하는 통렬한 급소였다. 그러나 박영훈은 그곳을 외면하고 태연히 7로 새로운 근거를 만들었다. 꼬리를 떼어주는 사석작전이었다. 그제서야 검토진들은 다시 고개를 끄덕였다. "역시 박영훈은 고수로군. 위기십결의 봉위수기를 왜 우리는 잊고 있었을까."(서봉수) 봉위수기(逢危須棄). 위험을 만나면 마땅히 버릴지어다. 위기십결은 정말 굉장한 가르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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