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이 그리스 다음으로 헤지펀드를 비롯한 국제 투기자본의 희생양이 될 수 있다고 월가의 저명한 칼럼니스트 윌리엄 페섹(사진)이 지적했다. 페섹은 '헤지펀드가 그리스 다음은 어디일까를 모색하고 있다'는 제목의 22일자 블룸버그 기명 칼럼에서 유럽발 재정위기의 화살이 일본으로 넘어올 위험이 커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칼럼에서 "일본경제가 디플레이션과 노령화, 도요타 등 간판기업들의 잇단 몰락으로 추락하고 있다"면서 "이런 상황에서도 일본정부는 새 회계연도에 기록적인 국채발행을 계획하는 등 아무런 재정 개선책을 내놓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일본의 공공채무는 국내총생산(GDP)의 두 배가량이나 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페섹은 이어 "일본은행 총재도 지난주 이례적으로 이 같은 막대한 공공채무에 대해 우려를 나타냈다"면서 "일각에서는 그리스가 그랬듯 일본도 골드만삭스 같은 투자은행의 도움으로 공공부채를 은폐하려 하지 않겠느냐는 걱정이 나오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에 따르면 일부 애널리스트와 펀드 매니저들은 공공연하게 현재 미국과 영국 등에 비해 크게 낮은 채권 수익률이 조금이라도 움직이면 시장에 엄청난 충격이 닥칠 것이라며'일본 채권시장이 와해될 테니 두고 보라'고 큰소리를 치고 있다. 일본 엔화의 움직임도 불안 요소라고 페섹은 덧붙였다. 그는"디플레이션이 몇 년 사이 해소되기 힘들 것으로 전망되면서 엔화의 중장기적 하락은 불가피하다"면서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재할인율 인상과 중국의 통화정책 고삐 조이기는 일본의 채무 유지를 더욱 버겁게 하는 요소"라고 강조했다. 지난주 일본정부와 일본은행은 엔화 가치와 관련해 서로 다른 입장을 보이면서 공개적으로 티격태격하는 모습을 보였다. 간 나오토(菅直人) 부총리 겸 재무상이 디플레이션 타개를 위해 일본은행이 '인플레이션 목표치'를 채택하도록 지난주 요구하자 시라카와 마사아키 총재는 '재정 책임'으로 맞받아쳤다. 그러나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일본은 자체적으로 통화를 찍어내며 통화정책도 스스로 운용하는 등 그리스와는 다르다고 반박한다. 그리스를 포함한 대부분의 유럽국과는 달리 일본은 경상 흑자국이며 15조달러에 달하는 저축이 뒷받침돼 있고 발행한 국채의 90% 이상이 국내에 있어 자금이탈의 충격에서 자유롭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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