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흥국에서 빠져나온 글로벌 자금의 유럽행에 가속도가 붙고 있다. 뉴욕 증시가 거품 논란에 휩싸이자 경기회복 기대감에다 저평가 매력이 부각된 유럽으로 큰손들이 속속 몰리고 있는 것이다.
10일(현지시간) 로이터는 시장조사 기관인 EPFR글로벌 자료를 인용해 올 들어 유럽 주식시장에 유입된 자금이 360억달러(5일 현재)에 이른다고 전했다. 유럽 투자는 미국계 자금이 주도하고 있다. 톰슨로이터리퍼 조사에 따르면 미 투자가들은 36주 연속 유럽 주식 순매수를 기록했다. 지난 1992년 조사 이래 최장기다. 우크라이나 위기가 한창이던 2월27일에서 3월5일에도 미국 자금은 4억6,800만달러어치의 순매수를 기록했다.
월가 큰손들의 움직임도 빨라지고 있다. 론스타·블랙스톤·아폴로글로벌 등 사모펀드들은 수십억달러를 쏟아부어 스페인 부동산 부실채권 입찰경쟁에 뛰어들고 있다. 헤지펀드의 대부인 조지 소로스, 존 폴슨도 스페인 증시 투자를 노리고 있다는 게 로이터의 설명이다.
런던에 위치한 헤지펀드 암버캐피털의 조지프 오그홀리안 최고경영자(CEO)는 "유럽 경제와 증시 회복세가 미국보다 3년 정도 늦다는 게 지금 미국 투자가들이 시장을 선점하려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암버캐피털은 지난해 12월 3억유로 규모의 남유럽 전용 장기 펀드를 순식간에 판매했다. 현재 이탈리아·스페인 등 남유럽 국가들은 10년물 국채 수익률이 2005년 이후 최저치로 떨어지는 등 재정위기에서 어느 정도 벗어났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AXA인베스트먼트의 길레스 기보트 펀드매니저는 "지금은 미국계가 중심이지만 중동·아시아·중남미 연기금펀드 자금도 이제 막 유럽에 유입되고 있다"고 말했다.
향후 투자전망도 밝다는 의견이 대다수다. 2007~2012년 유럽 주식시장에서 순유출된 자금 1,660억달러 가운데 지난해 이후 절반가량만 돌아온데다 신흥국 위기의 여파로 유럽이 반사이익을 얻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또 유럽 주요국 주가는 정점이었던 2007년의 50~60% 수준, 기업이익은 2008년의 25% 정도에 불과하다. 추가 상승 여력이 큰 셈이다. 기보트 매니저는 "남유럽·우크라이나 등의 정치적 불안정, 경기둔화 지속 등 위험요인에도 불구하고 유럽 펀드로 투자가 집중될 여지가 크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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