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연합(EU) 회원국들이 갈수록 커져가는 재정적자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기업들의 수익 감소 등으로 세수가 줄어들고 있지만, 더딘 경기 회복 탓에 재정이 투입될 곳은 많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EU가 재정 건전성 확보를 위해 오는 2012년까지 재정적자 규모를 국내총생산(GDP)의 3%이내로 유지토록 한 '안정 및 성장에 관한 협약'을 회원국들이 준수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마저 제기되고 있다. 8일 월스트리트저널(WSJ)은 EU 집행기구인 유럽위원회(EC)가 전날 독일, 이탈리아 등 9개 국가의 재정적자 규모에 대해 우려를 표시했다고 보도했다. EC에 따르면 올해 재정적자 규모가 GDP의 3%를 밑돌 것으로 예상되는 국가는 27개 EU 회원국 가운데 7개국에 불과할 전망이다. 금융권에 공적 자금이 대거 투입된 데다, 실업률 급등으로 인한 재정지출도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인플레이션에 대한 경계심으로 재정지출에 소극적이었던 독일 조차 올해 재정적자 규모는 GDP의 4%, 내년에는 6%에 육박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최근 총선에서 승리한 우파가 선거 과정에서 약속했던 감세 공약의 집행 여부도 불투명한 상황이다. 이탈리아, 벨기에, 네덜란드 등도 내년에 재정적자 규모가 크게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재정적자의 심각성을 알면서도 대응방안이 마땅치 않다는 것. 이미 출구전략 실행 시기를 저울질하고 있는 아시아 국가와 달리 유럽은 경기 회복 신호가 미미하다. EU의 2ㆍ4분기 경제성장률의 경우 전년 동기 대비 -4.8%에 그쳤다. 재정균형으로 시장 신뢰감을 쌓아야 한다는 지적이 귀에 들어오기 힘든 상황이다. 실제 내년도 재정적자가 GDP의 8.5%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고 있는 프랑스의 니콜라 사르코지 정권은 최근 법인세 감면 등 세제 인하카드를 내놓았다. 호아킨 알무니아 EU경제ㆍ통화담당 집행위원은 "글로벌 경제 위기 때문에 적극적인 재정정책이 용인됐다"며 "하지만 재정적자 기준은 반드시 지켜져야 하며, 이를 당장 이행하지 못하는 회원국들도 그 기간을 최소화하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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