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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세상] 중국서 시작된 茶香서구의 탐욕을 깨우다

■차의 세계사(베아트리스 호헤네거 지음, 열린세상 펴냄)<br>茶의 신화·역사적 사건·동서양 전파과정 등 쫓고<br>물의 중요성·카페인 양 등 객관적 정보도 담아



차(茶)를 내 오는 사람에게 사용하는 "MIF, Please"라는 말이 있다. MIF는 'Milk In First' 즉 '우유 먼저'라는 표현의 머리글자로, 이 말은 우유를 먼저 넣고 차를 따라 달라는 뜻이다. 유럽인들은 차가 먼저인가 우유가 먼저인가를 둘러싼 '우유 먼저(MIF) 논쟁'도 벌였었다. '우유 먼저 파'는 뜨거운 차가 섬세한 도자기에 닿는 열 충격을 우유가 완화해 준다고 주장했고, '차 먼저 파'는 차부터 넣어야 우유 비율을 조절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확고한 '차 먼저 파'였던 조지오웰은 1946년에 완벽한 차 한잔을 만드는 방법에 대한 11가지 포인트를 정리해 에세이를 발표하기도 했다.

오늘날 전세계 음료시장의 60% 이상을 차지하며 매일 38억 잔이 소비되는 차. 이탈리아의 큐레이터 출신이자 차 전문가인 저자가 차의 신화부터 역사적인 사건, 개별적인 이야기와 동서양의 전파과정, 다른 일상용품과의 관계 등을 촘촘하게 좇았다. 책은 현대인들이 즐기는 차의 참모습과 더불어 과거에는 식민지 정책, 오늘날에는 공정무역과도 관련 있는 차 시장에 대해 이야기 한다.

차의 시작은 중국으로 알려져 있다. 중국 신화의 삼황(三皇) 중 두 번째 신인 신농이 중국 남부를 여행하다 잠시 쉬던 중, 물 끓이는 주전자에 마른 잎이 떨어진 것을 호기심에 마셔본 것이 처음이었다. 잎이 섞인 물을 마신 신농은 약간 쓰지만 원기가 회복되고 기분이 좋아진다 여겨 그 나뭇잎을 가져가 실험하기 시작했고 '차'는 인류의 역사 속으로 들어오게 됐다. 중국인들은 이를 기원전 2732년의 사건이라고 셈하고 있다.

중국에서 시작된 차는 처음에는 치료제로 사용됐고, 도교에서는 차가 불로장생의 영약으로 칭송됐다. 당(唐)ㆍ송(宋) 때 차의 인기는 절정을 이뤘으며 문인들의 차모임은 투다(鬪茶)로 변해 차 맛뿐 아니라 차 거품을 오래 유지하는 경쟁 등이 유행했다. 이 같은 경연대회에서는 '비취빛 액체의 거품'을 만드는 사람이 승자가 됐다. 일본의 경우 차는 불교의 융성과 함께 정신 수양을 위한 도구로 쓰였다.



1500년대 포르투갈의 배가 중국 광둥항에 도착하면서 세련된 동양의 차 문화가 유럽인들에게 전파되기 시작했고, 이는 서양 상인들의 탐욕을 자극하게 된다. 차는 무역 전쟁의 빌미기 됐으며 동인도회사의 출현으로 동양 여러 나라가 서양의 식민지로 전락했다. 영국은 차를 수입하기 위해 자유무역이라는 명분으로 중국에 아편을 수출했다. 영국은 차 덕분에 술(알코올) 위주였던 음료문화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18세기에 차 무역이 폭발적으로 증가하자, 홍차에 넣는 설탕 수요도 급증했다. 이는 결국 설탕 생산을 위한 노예무역 강화로 이어졌다. 결국 영국의 대중적 차 소비 문화가 인도를 거대한 차 생산지로 바꿔놓는 식민지화로 이어진 것이다.

책은 이 외에도 차와 함께 유럽으로 전파된 청화백자 이야기를 비롯해 차와 관련된 잡다한 정보와 어원을 총망라했다. 차의 형태, 물의 중요성, 카페인의 양 같은 객관적인 정보도 제공한다. 나아가 저자는 "오늘날 차 무역에 관련된 동시대적 이슈와 환경"에 대해서도 관심 가져야 한다고 강조한다. 차 맛을 더 깊고 섬세하게 만들어 줄 책이다. 2만3,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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