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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 칼럼] 훌륭한 일터의 조건


필자가 세운 병원이 지난해 11월 개원 10주년을 맞았다. 병원 이름을 밤새 고민하고 개원을 준비하던 때가 엊그제 같은데 이제는 부산 지역까지 모두 8개의 네트워크를 갖춘 관절전문병원으로서의 입지를 굳혀 감회가 새롭다. 지난 10년 동안 한결같이 곁을 지켜준 직원들에게 고마운 마음과 함께 ‘성공은 5분간 축배를 들고 5일간 고민하라’는 말이 떠올랐다. 그래서 요즘 필자는 ‘과연 직원을 위해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를 보다 진지하게 고민하고 있다.

지난 10년간 필자의 목표는 환자와 직원이 만족하고 자부심을 느낄 수 있는 병원을 만드는 것이었다. 직원이 만족하면 병원을 찾는 환자도 만족한다는 믿음이 있었다. 사회에 진출한 후 집보다 더 많은 시간을 보내는 일터가 즐겁지 못하면 일생이 즐거울 수 없다. 직장생활이 즐거우려면 신뢰와 자부심이 담보돼야 한다. 우선 자신이 일하는 조직에 대한 신뢰가 있어야 하고 하는 일에 자부심을 느낄 수 있도록 서로 배려해서 일하는 재미를 느끼면 비로소 직장생활이 행복해질 수 있다.

병원이 행복하면 직원이 행복하고 직원이 행복하면 환자도 행복해질 수 있으니 ‘행복한 직원은 회사를 춤추게 한다’고 말할 수 있다. 이처럼 병원ㆍ직원ㆍ환자의 행복은 결코 떼려야 뗄 수 없는 유기적인 관계다.

필자는 행복한 병원, 행복한 직장을 만들기 위해 끊임없이 고민해왔다. 행복한 일터를 만들기 위해 때로는 직원들의 사고 전환도 필요하다. 필자는 사회적 책임을 다하기 위해 2년 전 장애인 고용을 대폭 늘린 적이 있다. 정부 정책에 따른 의무 고용이 아니라 장애인이 새로운 삶을 살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목표였다. 물론 장애인 고용이 쉽지는 않았다. 특히 중증 장애인 고용에는 병원 내에서 많은 반대에 부딪쳤고 직원들의 불만도 상당했다. 새로운 일을 하는 데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는 중증 장애인의 업무가 자신들의 일로 전가된다는 이유였다. 급여는 같은데 업무 강도만 높아지니 직원들의 불만은 높아질 수밖에 없었다. 직원들로부터 “왜 장애인을 고용해서 우리를 불편하게 하느냐”는 말을 들었을 때 ‘우리 직원의 의식수준이 이 정도였나’ 하며 실망하기도 했다. 또 ‘사회적인 책임을 다하고자 했던 나의 선택이 잘못됐나’ 하는 생각에 마음도 상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나는 직원들의 반응을 납득하게 됐고 직원들도 내 생각을 이해하게 되었다. 장애인들도 일터의 일원이라는 마음을 새롭게 다지면서 이들이 업무와 사회에 잘 적응할 수 있도록 도왔다. 비장애인 직원들이 장애를 가진 직원들의 조력자가 돼 함께 일하는 일터를 만들어 이제는 모두가 한 가족처럼 어울려 일하게 됐다.



장애인 근로자 고용은 그동안 해온 일 가운데 가장 보람 있는 일이라고 자부한다. 무엇보다 사고의 전환을 통해 행복한 일터를 함께 만들어준 직원들이 자랑스럽다. 이 일을 계기로 필자와 직원들은 서로의 마음을 이해하는 동반자가 됐다.

자주 시청하는 방송 중에 ‘생활의 달인’이라는 프로그램이 있다. 전국 방방곡곡에 숨은 각 분야의 달인을 찾아 기록을 세울 수 있는지 확인하고 시상까지 하는데 소개되는 달인의 일터는 늘 활기가 넘치고 행복해 보였다. 우리 병원에도 달인들이 많다. 환자 이름을 줄줄 외우며 친절하게 응대하는 직원, 아프지 않게 주사를 잘 놓는 간호사 등 자신의 업무 분야에서 열정적으로 노력해 달인이 된 직원들이다. 함께 만들어가는 행복한 일터에서 더 많은 행복한 달인이 나왔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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