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 글로벌 경제에 크게 두 가지 변화가 일고 있다. 첫째는 부와 자본, 그리고 경제력이 유럽과 미국에서 아시아로 대 이동을 하고 있는 것이다. 불과 100년 사이에 태평양과 대서양을 사이에 두고 흥망(興亡)과 성쇠(盛衰)의 물결이 유턴하고 있다니 격세지감이 아닐 수 없다.
두 번째는 소비의 변화다. 지난 1960년대 이후 미국의 경제학자 존 갤브레이스의 예언대로 TVㆍ 냉장고ㆍ세탁기ㆍ자동차 등 내구재에 기반한 대량 소비시대가 전개됐다. 풍요의 사회가 도래한 것 같았으나 그것으로 끝이 아니었다. 21세기가 채 시작되기도 전에 전혀 다른 차원의 대량 소비시대가 전개되고 있다. 관광ㆍ레저ㆍ쇼핑ㆍ의료 등 통칭 엔터테인먼트형 서비스의 대량 소비시대가 전개되고 있는 것이다. 세계를 주유천하(周遊天下)하는 순수 관광객만 곧 년 1억명을 돌파한다고 하니 얼마나 놀라운 일인가. 불과 20년 전만 해도 해외 어디를 갔다 온 것이 자랑거리였는데 이제는 그런 얘기 했다가는 촌놈 소리 듣기 십상이다.
국가 경제 차원에서 이런 변화에 빠르게 대응한 곳은 싱가포르다. 엄격한 사회기풍을 유지해온 싱가포르가 본토 한복판에 카지노 복합 리조트를 2010년에 개장해 세계를 놀라게 했다. 더 놀라운 것은 그 결과다. 리조트 개장 전 싱가포르의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2%였는데 개장한 해의 GDP 성장률이 14.7%였다고 한다.
글로벌 소비시장의 변화와 싱가포르의 성공은 다른 세계, 남의 나라 얘기가 아니다. 얘기의 끝자락은 글로벌 서비스 소비시대에 대응할 우리의 문제로 이어지고 영종도에서 그 답을 찾을 수 있다. 7년 연속 공항서비스 1위를 차지한 인천국제공항이 거기에 자리하고 있으니 글로벌 서비스 소비지로서 첫째 요건인 접근성이 탁월하다. 거기에다 14억 인구의 중국과 가깝고 뚜렷한 4계절, 아름다운 풍광이 있으니 금상첨화다. 해외 리조트 투자자들이 영종도가 엔터테인먼트 서비스 소비지로서 동북아 최고의 길목에 자리 잡고 있다는 얘기는 그냥 하는 말은 아니다. 그런데 한국의 보물섬 영종도를 서비스 산업 중심지로 개발하기 위해서는 열정과 투자가 필요하다. 발전의 발목을 잡고 있는 규제를 풀고 공항 통행료를 없애거나 낮추고 기반시설을 확충하는 데 정부가 적극 나서야 한다. 다음 정권에 도전하는 후보들도 영종 어젠다를 부국의 차원에서 공약으로 채택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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