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10대 경제국인 인도가 그동안 외국자본에 굳게 걸어 잠갔던 빗장을 새해 들어 속속 풀고 있다. 거대한 인구가 뒷받침하는 내수시장의 잠재력에도 불구하고 시장의 폐쇄성 때문에 경제성장의 발목이 잡히자 인도 정부가 각 분야에서 과감한 시장개방을 추진하고 있는 것이다.
11일 주요 외신들은 인도 정부가 지난 10일 나이키나 이케아처럼 단일 브랜드를 선보이는 외국계 소매기업에 대한 51% 출자한도를 철폐하고 100% 출자로 점포를 설립할 수 있도록 최종 승인했다고 전했다.
총매출액의 30% 이상을 인도 영세업체로부터 조달해야 한다는 조건부 승인이다. 하지만 외국계 기업의 단일 브랜드 유통이 자유로워짐에 따라 적잖은 글로벌 브랜드들이 4,500억달러 규모의 거대시장을 노리고 인도로 몰려들 것으로 전망된다. 라지브 쿠마르 인도상공회의소 사무총장은 이날 "글로벌 소매기업들의 진입으로 보다 경쟁력 있는 시장이 형성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항공산업도 외국계 자본에 대한 문호개방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논의가 진전되고 있다. 최근 인도 현지언론인 이코노믹타임스는 외국계 항공사의 인도 항공사 지분참여를 최대 49%까지 허용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고 전했다. 현재 항공업을 제외한 외국계 회사는 인도 항공사 지분을 49%까지 보유할 수 있지만 외국계 항공사는 지분참여가 전면 금지돼 있다.
앞서 새해 첫날인 지난 1일에는 자본시장 개방조치가 나왔다. 이에 따라 오는 15일부터는 외국인 개인도 인도 증권사를 통해 인도증시에 직접 투자할 수 있게 됐다. 지금까지 외국인 개인이 인도증시에 투자하려면 뮤추얼펀드나 기관을 통해야 했다.
그동안 외국계 자본을 노골적으로 경계해온 인도가 최근 들어 시장개방에 가속도를 내는 것은 중국과 달리 인도경제가 충분히 잠재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내수가 활기를 잃어가는 가운데 외국인투자 자금도 썰물처럼 빠져나가기 시작하자 정부가 경제의 동력을 살리기 위해 시장개방에 발 벗고 나선 것이다.
인도경제는 2010회계연도(2010.4~2011.3)에 8.5%의 성장세를 보였지만 내년 3월 말 끝나는 2011년도의 경제성장률은 당초 예상을 크게 밑도는 7% 수준에 그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지난해 상반기 내수 부문의 성장률은 5.6%로 2002년 이래 가장 낮은 수준에 머문 것으로 나타났다.
12억 인구가 뒷받침하는 막대한 잠재력을 지니고도 인도경제 성장이 좀처럼 속도를 올리지 못하는 데는 정치권의 부정부패와 신분제도에 얽매인 사회 구조 등 여러 이유가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경제의 폐쇄성이 인도경제의 발목을 잡는 주요 요인으로 지목돼왔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글로벌 기업과의 경쟁을 회피한 결과 인도의 투자효율은 동남아시아 국가들의 절반에서 4분의1 수준에 그치고 있다"고 지적했다.
다만 정부의 개방방침과 달리 인도 야권 등 국내 여론은 갑작스러운 개방에 거부감을 나타내고 있어 인도의 투자환경이 급속도로 개선될지 여부는 불투명하다. 앞서 지난해 11월 만모한 싱 총리는 슈퍼마켓 등 종합 소매유통시장을 개방한다는 방침을 밝혔으나 여론의 거센 반발로 유보됐으며 보험업에 대한 외국자본 규제완화 정책 역시 의회를 통과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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