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라는 대형 참사가 일어나자 지하철을 포함한 모든 산업의 안전 문제가 초미의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지금까지 조사를 통해 나온 세월호 사고원인을 살펴보면 일단 규정 적재량을 훨씬 초과하는 화물을 실었고 이를 감추기 위해 평형수를 빼내어 보정한 것이 침몰원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중요한 안전상의 절차위반이 1차적인 원인으로 보인다.
사고원인이 나오면 비교적 고치는 것은 쉽다. 언론이 이 문제를 집중적으로 짚어주고 있어 다행이라 생각한다. 이 와중에 세월호의 나이가 20년이 넘었기 때문에 침몰했다는 일부 지적이 나오면서 노후 원전도 위험한 설비라는 지적과 함께 원전 안전성이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다.
원자력 안전성을 연구하는 학자의 한사람으로 바라볼 때 이것은 비약이다. 100년 전에 건조된 독일산 선박이 지금도 운행되고 있고 2,208명의 승선자 중 69%가 희생된 타이타닉호가 첫 출항에서 침몰한 것을 볼 때 선박 나이와 사고와의 연관성은 그다지 크지 않다는 견해가 더 설득력이 있다.
자동차도 마찬가지다. 세계적인 수제 명차인 아스톤 마틴 소유자들은 1940년대 만들어진 노후차를 영국 본사에 보내 정비와 시설 개선을 거쳐 '클래식'차로 몰고 다니고 있다. 따라서 원전이 오래됐다는 이유로 불안하다는 것은 부분적인 지적이다. 다중 안전 방호장치와 안전문화 수준이 유지되는 원전 운전에서 원전의 안전성이 평가돼야 하고 설비연령으로 안전과의 연관성을 일반화시키는 것은 과학적이지 못하다.
현재 전세계에서 운영되는 원전 435기의 평균 가동년수는 28년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 가운데 104기를 운전 중인 미국 원전의 가동년수는 34년이다. 참고로 최초의 원전 중대사고인 미국의 드리마일 아일랜드(TMI) 원전 2호기 사고는 1978년 4월에 가동을 시작해 원전 나이 한 살이 채 되기 전, 1979년 3월28일에 발생했다. 캐나다 원전의 평균 가동년수는 30년, 프랑스 29년, 러시아는 30년이고 우리나라는 전체 원전 23기의 평균 가동년수가 18년이다.
설계 수명이라는 것은 최초로 원전이 지어진 미국에서 만든 용어로 투자비 회수 기간을 고려한 개념이다. 실제로 미국에서는 운영 기간이 40년 넘은 원전이 많고 60년을 신청한 원전도 있다. 우리나라 원전이 대체로 노후 원전이라는 일부 주장은 사실과 다르지 않은가.
우리나라는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3년간 방호벽 증축, 이동형 발전차 설치, 수소제거기 부착, 격납건물 감압장치 장착 등 사고예방과 사고완화, 비상대응 분야에 약 1조원 이상을 사용, 안전성을 강화하고 있다.
절대 안전을 위해 규제기관·지방자치단체·시민단체의 감시 속에 더욱 강화된 안전의식이 사업자에게 주문돼야 한다.
이제 원전 운영은 경제성, 친환경성, 에너지 안보성보다 안전성이 제일 중요한 화두가 됐다. 세월호 참사를 계기로 사회 전반에 불고 있는 안전에 대한 경각심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사고원인의 본질은 설비 노후화이기보다 운영하는 조직의 안전문화다. 설비의 나이보다 관리소홀이 사고를 부른다는 교훈을 얻어야 한다. 사고의 본질에 대해 더욱 기술적이고 과학적인 진단을 통해 안전대책을 강구할 때 제2의 후쿠시마 사고, 그리고 세월호 같은 참사의 진정한 예방과 실질적인 비상대응 대책이 수립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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