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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도 바다밑 '역사의 보고' 열렸다

삼국시대~조선 유물 500여점 대거 발굴

1세기 추정 토기항아리서 임진왜란 포탄까지 발견

'바다 역사' 본격 연구 계기

문화재청 나선화 청장이 23일 전남 진도 앞바다에서 발굴된 고려시대 청자류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문화재청 산하 국립해양문화재연구소는 이날 전남 진도 명량대첩로 앞바다에서 500여 점의 유물을 발굴했다고 발표했다. /사진제공=문화재청

몸통을 형성하는 도기 울림통과 이를 재현한 세요고.


전라남도 진도 앞바다에서 고대 유물 500점이 대거 발굴됐다. 이는 2년 전 아시아 최대 규모의 해양유물 발굴선 '누리안호'를 제작하면서까지 수중발굴에 공을 들인 성과가 본격적으로 나타나고 있는 셈이다. 그동안 육지중심의 역사에 매몰돼 있는 한국사에 바다의 역사가 본격적으로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문화재청 산하 국립해양문화재연구소는 23일 서울 국립고궁박물관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전남 진도와 해남 사이에 위치한 진도군 오류리 앞바다에서 삼국시대 토기를 비롯, 고려시대 청자류, 용무늬 청동거울, 임진왜란 당시의 포탄 등 500여 점의 다양한 유물을 발굴했다고 밝혔다. 이번 유물들은 지난해 4~11월 수행한 제2차 수중발굴조사 결과로, 삼국시대 초기부터 조선 중기에 이르기까지 거의 전 시기를 망라하고 있다.

이날은 나선화 문화재청장까지 나섰다. 나 청장은 "모처럼 밝은 소식을 전해드릴 수 있게 됐다"고 운을 뗀 뒤 "진도는 삼별초가 강화도에서 진도로, 다시 제주, 오키나와까지 이어지는 노정에 있고 해상교류 역사에 큰 역할을 한 곳"이라고 말했다. 그는 "그간 우리는 3면이 바다인 반도국가임에도 해양교류사 연구가 많지 않았다. 이제 해저조사가 활발해지면서 고분 부장품이 아닌 일상적으로 쓰인 유물을 다양하게 확보할 수 있게 됐다"고 평가했다.

이번에 발굴된 유물 중에서 1세기경으로 추정되는 삼국시대 초기의 토기 항아리 등 2점은 완전한 형태로, 인접한 해남 군곡리패총의 유물과 유사하다. 당시의 해상 활동과 관련된 유물로 추정되며 수중에서 발굴된 유물 중 가장 시기가 이른 것으로 앞으로 이 해역에서 삼국시대 초기의 유물이 더 발굴될 가능성이 있다. 또 강진 등에서 제작된 고려청자 265점도 발굴됐다. 이 중에는 원앙모양향로, 참외모양병, 잔받침 등 최고급 청자가 다수 포함되어 도자기 역사 연구에 상당한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도자기 연구자로서 이날 설명에 나선 나 청장은 특히 원앙모양향로에 대해 "기존 유물보다 오리 어깨부분의 근육이 양감있게 표현돼, 조각에서 가능한 여러가지 기법이 모두 자기로 표현했다고 할 수 있을 정도"라며 "참외모양병도 실제 모양을 잘 보존된 드문 사례로 도자사 연구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용도를 알 수 없었던 도기 2점이 발굴되었는데, 이는 전통악기 장고의 원형인 요고(허리가 잘록한 장구)로 복원됐다. 요고는 악학궤범에서 그 이름을 찾을 수 있고, 잘록한 허리를 가진 북으로 소나 말과 같은 동물의 가죽을 이용하여 만들어졌다. 이와 관련해 감은사지 서삼층석탑 사리기, 화순 쌍봉사 철감선사탑, 고구려 고분벽화에도 복원된 것과 비슷한 크기의 요고를 치는 모습이 조각되어 있다. 이날 행사에는 요고를 복원한 이복수 악기장이 진도아리랑을 부르며 연주하는 장면도 연출됐다.

한편 이 지역에서는 지난 2012년 제1차 수중발굴조사에서 임진왜란 때 전투에 쓰인 것으로 생각되는 소소승자총통(1588년 제작)과 함께 고려청자 기린모양향로 등이 발굴된 바 있다. 진도와 해남 사이의 해역은 물살이 거세기로 유명한 울돌목 인근에 있고 다수의 닻돌이 발견되고 있는 점을 고려할 때 고선박의 추가발견이 기대된다.

문환석 국립해양문화재연구소 수중발굴과장은 향후 발굴계획에 대해 "오는 5월부터 이 해역에 대한 제3차 추가조사를 진행할 계획이다. 동시에 해저 발굴을 쉬는 동안 현장이 어떻게 변화하는지에 대한 연구도 새로 시작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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