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번 타자 3루수 강정호는 10일(이하 한국시간) 미국 신시내티 그레이트 아메리칸 볼파크에서 열린 신시내티 레즈와의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 원정 경기에서 1대1 동점이던 6회 초 그랜드슬램을 쏴 올렸다. 올해 빅리그 데뷔 이후 첫 번째이자 국내프로야구 시절 포함 5번째 만루홈런. 1사 만루 2볼 2스트라이크 상황에서 신시내티 오른손 선발 케비어스 샘슨의 시속 150㎞짜리 5구째 몸쪽 직구를 잡아당겼고 타구는 왼쪽 담장을 훌쩍 넘어갔다. 시즌 15호포. 경기 MVP로 뽑힌 강정호는 "투수가 병살타를 유도하고자 몸쪽 승부를 했다. 2스트라이크에서 나도 모르게 스윙했는데 배트 중심에 맞은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동점 상황에서 다시 달아나는 홈런이어서 더 기뻤다. 팀이 승리한 게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전날 솔로포가 올 시즌 메이저리그 7번째로 큰 홈런(145m)이었다면 이날 홈런은 '영양가'도 훨씬 높은 한 방이었다. 올 시즌 피츠버그 구단 첫 만루포. 단숨에 5대1로 달아난 피츠버그는 5대4로 이겨 2연승을 달렸고 강정호의 홈런은 결승타가 됐다. 강정호는 주자 없는 상황에서는 모두 범타로 물러났지만 가장 결정적인 순간 가장 큰 한 건을 해냈다. 4타수 1안타(1홈런) 4타점 1득점 1삼진으로 시즌 타율 0.287에 56타점.
올 시즌 목표로 했던 15홈런을 시즌 종료 24경기 남기고 일찌감치 달성한 강정호는 이제 아시아 신기록 카운트다운에 들어갔다. 시애틀 매리너스 포수 출신 조지마 겐지(일본)가 지난 2006년 기록한 18개가 아시아 메이저리거 데뷔 시즌 최다 홈런이다. 아시아 최고 거포로 통한 마쓰이 히데키(일본)의 뉴욕 양키스 데뷔 시즌(2003년) 16홈런과는 단 1개 차다.
신인왕 경쟁도 재미있어졌다. 수상이 유력한 컵스의 내야수 브라이언트가 결장한 날 강정호는 그랜드슬램을 작성했다. 앞서 브라이언트가 7일 151m짜리 홈런을 날리자 강정호는 이틀 만에 그에 버금가는 초대형 홈런을 터뜨렸다. 브라이언트의 현재 기록은 타율 0.267에 23홈런 86타점. 홈런과 타점에서 크게 뒤진 강정호는 미국 기자들의 표심을 돌리기가 쉽지 않아 보이지만 치열한 레이스로 몰고 가는 것만으로도 큰 의미가 있다. 미국 권위지 베이스볼 아메리카 선정 올해의 유망주 1위인 브라이언트는 잘생긴 외모까지 갖춰 젊은 팬들을 야구장으로 다시 끌어모을 전국구 스타로 통한다. 강정호의 피츠버그는 브라이언트의 컵스와 16일부터 홈 3연전을 치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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