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란치스코 교황은 15일(현지시간) 아시아 최대 가톨릭 국가인 필리핀에 도착해 닷새간의 방문일정에 들어갔다고 AP통신 등이 보도했다. 그는 18일 마닐라 산토토마스대에서 이슬람교·그리스정교회·힌두교·개신교·유대교 등 각 종교 지도자 10명을 만나 종교분쟁 해소를 위한 관용과 화합의 메시지를 전할 것으로 알려졌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이미 이번 아시아 순방의 첫 방문지였던 스리랑카에서도 예정된 일정을 바꿔 불교 사원을 방문하는 등 파격 행보를 선보였다. 교황이 불교 사원을 찾은 것은 1984년 요한 바오로 2세가 태국의 불교 사원을 방문한 후 31년 만이다. 스리랑카는 인구 2,100만명 가운데 70%가 불교 신자로 힌두교·이슬람교·가톨릭 신자는 각각 6∼7%에 그친다. 그는 "국가재건에 여러 종교 신도들이 모두 제 목소리를 낼 수 있어야 한다"며 다양성을 강조하기도 했다.
또 15일 스리랑카에서 필리핀으로 향하는 비행기 안에서는 이슬람 과격세력의 프랑스 잡지사 테러로 12명의 희생자가 발생한 사건과 관련해 "표현의 자유에도 한계가 있으며 특히 타인의 종교를 모독하거나 조롱하면 안 된다"는 소신을 밝혔다. 이는 샤를리 에브도에 실린 무함마드 만평이 표현의 자유의 한계를 넘었다고 에둘러 지적한 것으로 타 종교를 모욕하는 자유까지 허용할 수 없다는 뜻을 담은 "나는 샤를리가 아니다"라는 구호 확산에 불을 지피기도 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의 우호적인 행보에 일부 이슬람 세력도 화해의 손짓으로 화답하고 있다. 필리핀 최대 이슬람 반군단체 모로이슬람해방전선(MILF)은 "우리는 필리핀 가톨릭교도와 더불어 교황 방문을 환영한다"고 밝혔다. 알하드 무라드 에브라힘 MILF 의장은 "교황의 이번 방문이 필리핀의 평화정착을 앞당기는 데 도움을 줄 것으로 믿는다"며 "교황이 이슬람 자치지역 신설작업에 한층 힘을 실어달라"고 요청했다. 필리핀 정부와 MILF는 지난해 3월 역사적인 평화협정을 체결한 후 40년 내전에 종지부를 찍고 남부 민다나오 일대에 이슬람 자치지역 신설을 추진하고 있다.
국제 현안 전반에도 관심을 보이는 프란치스코 교황은 15일 온난화 등 기후변화의 심각성을 거론하며 국제사회의 공감대 형성과 적극적인 대응을 촉구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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