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베이징올림픽 기간 중 자금성에서 패션쇼를 열어달라는 중국 측의 제의를 받았습니다. 국가적인 행사에 중국 디자이너 아닌 한국 디자이너에게 대형 패션쇼 개최를 제안한 것은 무척 이례적인 일입니다. 지난 14년 동안 중국에 들인 노력이 헛되지 않은 것 같아 가슴이 벅찹니다.” 지난 12일 중국 장쑤성 우시시 국제스포츠센터에서 한중 수교 15주년 기념 패션쇼를 개최한 패션 디자이너 앙드레 김(사진)이 패션쇼 기간 중 오는 2008년 베이징올림픽 공식 패션쇼를 개최해달라는 중국 측의 요청을 받았다고 말했다. 앙드레 김은 패션쇼가 끝난 뒤 귀국길에 기자와 만나 “장이모 감독이 연출한 오페라 ‘투란도트’가 올림픽 기간 중에 재상연될 예정인데 무대의상을 만들면 어떻겠냐는 제의도 있었다”면서 “만약 성사된다면 한국적이면서도 동양적이고 미래지향적인 의상을 선보일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앙드레 김은 93년 한중 수교 1주년을 기념한 베이징 패션쇼를 시작으로 홍콩ㆍ칭다오ㆍ상하이 등지에서 국내 최고의 톱스타들과 함께 패션쇼를 개최해 중국에 한류바람을 일으키기도 했다. 이번 패션쇼는 앙드레 김이 중국에서 연 열번째 패션쇼다. 66년 파리에서 최초의 해외 패션쇼를 가진 이래 미국ㆍ이집트ㆍ몽골ㆍ캄보디아 등에서 수십 차례 패션쇼를 개최했지만 단일 국가로는 중국이 가장 많다. 우시 시정부와 ITFM(International Textile Fashion Megamall)이 주최한 이번 패션쇼는 5,000여명의 관람객이 체육관을 꽉 메울 정도로 지대한 관심 속에 치러졌다. 패션쇼에서 앙드레 김은 ‘사계절의 판타지(Fantasy of Four Seasons)’라는 테마로 6개 스테이지에 걸쳐 무려 180여벌의 의상을 선보였다. 늘 그랬듯 이번에도 인기 절정의 가수 아이비(Ivy)와 손호영을 비롯해 탤런트 조현재ㆍ박솔미ㆍ박진우 등 국내 톱스타들과 미스코리아 10여명이 출연해 무대를 빛냈다. ‘패션 한류 전도사’ 앙드레 김은 올 하반기와 내년 초까지 지린성 옌지, 스촨성 청두 등 중국은 물론 태국에서의 패션쇼 일정도 잡혀 있다. 환갑을 넘긴 나이에 패션쇼를 위해 100벌 넘는 의상을 제작하고 음식도 잘 맞지 않는 외국을 제집처럼 드나드는 일이 힘들지는 않을까. 앙드레 김은 “전혀(never)”라며 “오히려 해외에서 여는 패션쇼가 삶의 활력소가 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앞으로 잘 살지도 않고 주목 받지도 못하는 나라들을 찾아 패션 의상을 통해 새로운 문화와 예술을 접할 수 있도록 체력이 닿는 한 계속 노력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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