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남구 부곡동에 위치한 석유화학공단의 A유화업체. 여름 휴가철임에도 불구하고 이 업체의 생산라인은 쉴 틈 없이 돌아가고 있었다. 생산된 제품은 팔레트에 실어졌다. 지게차는 팔레트를 들고 A업체 뒷편 본관 방향으로 향했다. 지게차를 따라가니 생산제품 일부가 A업체의 뒷편 주차장 구석에 쌓여있었다.
이유는 간단했다. 공장용지가 부족한 탓이었다. 보관 창고 등은 이미 다른 제품으로 가득 차 있었다. 이 일대 석유화학 업체들은 부족한 공장용지 탓에 공장 증설 문제가 가장 시급한 현안이다.
A업체 인근에는 8만9,000여㎡의 녹지지역이 있다. 하지만 이 녹지지역은 공장용지로 개발하지 못한다. 정부가 지난 1970년대 초 울산 석유화학공단 조성 당시 완충녹지를 확보할 목적으로 지정됐다. 해당 녹지지역을 중심으로 SK에너지와 카프로, 태광산업, KP케미칼, 현대정공 등이 병풍처럼 둘러싸고 있다.
석유화학공단 내 유화업체들은 이 곳의 녹지지역 해제를 요구하고 있다.
실제로 B업체의 경우 녹지지역 내 일부 부지의 소유권을 갖고 있으나 관련법규 탓에 일체의 점용허가를 받을 수 없어 공장부지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B업체의 관계자는 "녹지지역을 사이에 두고 1, 2공장을 가동 중이라 제품 이동 등 공장 운용에 애로가 많다"며 "소유권 또한 갖고 있으나 물류설비 등 공장부지로 사용이 불가능해 골머리를 앓고 있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유화 업체들은 해당 녹지지역을 해제할 경우 유화업체들의 공장용지 해소에 도움이 되고 공단 내 물류 소통도 더 원활해진다고 설명하고 있다.
또 해당 녹지지역은 완충녹지로서의 기능을 하지 못한다는 지적이다. 완충녹지는 공단과 주거지역을 사이에 두고 공해 차단을 목적으로 지정되고 있으나 해당 녹지는 석유화학공단 한가운데에 위치해 공해차단 역할을 할 것도 없기 때문이다.
C유화업체의 한 관계자는 "공단 한가운데 위치해 사실상 완충녹지로서의 기능을 못할 바에야 기업들을 위한 공장부지로 활용하는 것이 낫다"며 "대체녹지 조성 등의 방법을 통해 이 녹지지역을 해제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주장했다.
울산시는 난색을 표하고 있다. 국토해양부의 방침이 '산업단지 내 녹지는 가능한 그대로 보전한다'이기 때문이다. 또 해당 녹지지역을 해제할 경우 현재 13% 수준인 울산의 산업단지 전체의 녹지비율이 규정 이하로 낮아진다는 이유에서다.
울산시 관계자는 "산단 개발 관련법에 따라 면적당 확보해야 할 녹지면적에 맞춰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울산시는 공장부지 난을 겪고 있는 울산 석유화학공단의 유화업계가 합리적인 대체녹지를 제시한다면 검토 후 정부에 건의할 수도 있다며 해당 녹지지역의 해제 가능성은 열어뒀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