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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기자가 찾은 서울 이태원과 경리단길 사이의 언덕 골목. 녹사평역에서 나와 복잡하게 얽혀 있는 좁은 길을 10분 정도 올라가자 공사 소리가 끊이지 않고 들려왔다. 밀집해 있는 빌라나 다가구주택들을 상가로 리모델링하는 공사가 여기저기서 진행되고 있었기 때문이다.
인근 중개업소 관계자는 "이태원과 경리단길 사이의 노후 빌라나 주택들이 최근 2~3년 3.3㎡당 수천만원 오른 가격에 거래되고 있다"며 "최근에는 2층 대지면적 40㎡의 한 단독주택이 3.3㎡당 7,500만원에 거래가 이뤄지기도 했다"고 말했다.
13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이태원의 언덕 골목 상권이 급성장하고 있다. 이태원과 경리단길이 인기를 끌면서 그 사이에 있는 가파른 언덕의 복잡한 골목길에도 빌라나 다가구주택을 리모델링한 상가들이 잇따라 들어서고 있는 것이다.
현지 중개업계에 따르면 이들 노후 빌라나 주택들은 높은 가격에도 불구하고 거래가 이뤄지고 있다. 이태원 상권이 언덕 골목으로까지 확장되면서 기존의 주거용지를 근린생활용지로 용도를 변경해 임대수익을 얻으려는 투자자가 많아졌기 때문. 리모델링 비용을 상가 세입자가 바닥 권리금 형식으로 부담하기 때문에 투자자 입장에서는 추가비용 없이 상가 임대수익을 얻을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이곳 상권의 임대료도 덩달아 급상승했다.
올해 초 이 지역 주택 1층을 전용면적 40㎡ 크기 상가로 리모델링한 곳은 보증금 4,000만원에 월 임대료 350만원으로 계약이 이뤄졌다. 3~4년 전만 해도 인근에 위치한 같은 크기 상가의 임대료는 월 60만~70만원선이었다.
상가 임대료 상승세는 통계에서도 확연히 드러난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이태원 인근의 상가 임대료는 지난해 4·4분기 ㎡당 3만5,500원에서 올해 1·4분기 ㎡당 4만700원으로 14.6%나 올랐다. 같은 기간 신사(7.8%), 압구정(5.7%), 홍대 앞(1.9%)의 임대료 상승률과 최고 7배 이상 높은 수치다.
김민영 부동산114 연구원은 이태원의 임대료가 급상승한 것에 대해 "지난해 하반기와 올해 상반기 사이에 이태원과 경리단길 사이 언덕의 골목길에 들어선 상가들의 임대료가 반영된 탓"이라고 분석했다.
급상승하고 있는 이 지역 임대료에 대한 걱정스러운 시선도 존재한다. 이태원 건물주들의 모임회(이건회)에 속한 회원들은 최근 임대료 상승 자제에 대한 논의를 했다. 임차인들이 임대료를 견디지 못하고 빠져나가게 되면 자칫 이태원 상권의 특색마저 잃을 수 있다는 걱정에서다.
선종필 상가뉴스레이더 대표는 "이태원 언덕 골목길의 주택 매매가격이나 상가 임대료가 급상승하고 있다는 것은 상권이 그만큼 발전하고 있다는 반증일 수 있다"며 "한편에서는 지나치게 높아진 주택 가격과 상가 임대료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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