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 버냉키 전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이 '족집게' 강연으로 입소문을 타면서 단 한번의 강연으로 재임시절의 연봉을 훌쩍 넘는 거액의 강연료를 벌어들이고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20일(현지시간) 버냉키 전 의장의 강연료가 미국 내에서 20만달러(약 2억원), 아시아에서는 무려 40만달러선에 이른다고 보도했다. 한번 연단에 서면 연준 의장 시절의 연봉(약 20만달러)과 맞먹거나 두배에 달하는 거액을 챙길 수 있다는 얘기다.
그의 단골고객은 헤지펀드 매니저나 기관투자가들이다. 주로 JP모건체이스 같은 증권사들이 큰손 고객들을 위해 전 연준 의장과의 소규모 모임을 주선하면서 아낌없이 비용을 지불하고 있다. 해외에서도 러브콜이 줄을 잇는다. NYT에 따르면 그는 퇴임 직후인 지난 3월 강연을 위해 아랍에미리트(UAE) 아부다비와 남아프리카공화국 요하네스버그 방문을 이틀 일정으로 소화하기도 했다.
이들이 억대의 강연료를 지불하면서 버냉키 전 의장을 찾는 것은 족집게처럼 정확하게 금융시장을 예측하는 능력 때문이다. 3월 퇴임 이후 고급 레스토랑에서 열린 헤지펀드 매니저들과의 소규모 저녁모임에 잇따라 초대된 버냉키 전 의장에 대해 당시 그 자리에 참석했던 마이클 노보그라츠 포트리스인베스트먼트 대표는 "그는 연준의 경제성장률과 인플레이션 전망이 높지 않다고 확언했다"며 "이후 금융시장 큰손들이 미국 국채를 대거 사들였다"고 전했다. 미 국채 가격은 올 들어 꾸준히 오르고 있어 당시 버냉키 말을 믿고 투자했던 투자가들은 큰 수익을 거둘 수 있었던 셈이다. 아팔로사헤지펀드의 데이비드 테퍼 창업자는 "당시 강연에서 그가 한 얘기의 뜻을 모르고 좋은 투자기회를 놓쳤다"고 후회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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