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벽대전2' 제작비 800억원 블록버스터 '눈길'<br>'작전명 발키리' 톰 크루즈 독일군 장교역 첩보영화<br>'체인질링' 실종된 아이 뒤바뀐 실화 바탕 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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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 가족이 한자리에 모이는 설 명절이다. 올해 연휴는 예년보다 기간이 짧아 차례 지내고 세배를 하고 나면 남는 시간이 없을 정도로 빡빡한 게 사실이다. 하지만 시간을 쪼개서 가족들과 함께 가까운 극장을 찾아 신작 영화 한편 관람해 보는 것도 괜찮을 명절 보내기. 스케일이 큰 해외 대작과 국내 화제작으로 가족과 함께 나들이를 겸한 실속 있는 문화활동을 즐겨보는 건 어떨까.
◇적벽대전2 = 지난해 개봉했던 적벽대전 1편의 후속편으로 우위썬 감독이 메가폰을 잡은 블록버스터 영화. 량차오웨이ㆍ장첸ㆍ린즈링 등 중화권 스타가 총출동했으며 제작비만해도 한화로 800억원에 달한다.
전편은 적벽대전이 벌어지기 직전까지의 스토리를 다루고 있었다면 후속편에선 삼국지의 백미 중 하나로 꼽히는 적벽대전을 다룬다. 유비의 책사인 제갈량(진청우)은 손권(장첸)과의 동맹에 극적으로 성공한다. 이후 손권 휘하의 명장 주유(량차오웨이)와 손잡고 조조군을 크게 물리친다. 하지만 조조(장풍의)의 계략으로 유비와 손권의 연합군에 전염병이 퍼진다. 상황이 불리하게 돌아가자 유비는 아우인 관우와 장비 등을 이끌고 동맹을 파기하고 후퇴한다. 유비가 동맹을 파기한 탓에 손권의 오나라에는 전쟁을 위한 화살이 부족하게 된다. 이에 제갈량은 안개 낀 날 빈 배를 이끌고 나서 조조의 군사로부터 10만개의 화살을 얻어 낸다. 조조는 이 사실을 알고 크게 노여워 하면서 오나라를 공격하기 위해 총공격에 나서는데….
감독은 대규모 수상 전쟁 장면을 촬영하기 위해 100여척의 모형 전함들을 사용해 현실감을 극대화시켰다. 여기에 량차오웨이, 장첸, 장풍의 등 베테랑 연기자들이 열연해 삼국지에 등장하는 영웅을 실제 보는 듯한 착각을 일으킬 정도. 소설로 읽어 본 삼국지의 감동과는 또 다른 차원의 즐거움을 선사한다.
◇작전명 발키리 = 톰 크루즈와 브라이언 싱어 감독이 손잡고 내놓은 신작. 영화는 2차세계 대전 당시 나치의 히틀러를 암살하기 위한 독일군 장교들의 활약상을 다루고 있다. 전세계적으로 몸 값이 가장 비싼 배우 중 한명인 톰 크루즈가 출연했기 때문에 벌써부터 관객들의 반응은 뜨겁다. 실제 지난 17일 오랜만에 한국을 방문한 톰 크루즈를 보기 위해 많은 사람들이 행사장에 몰리기도 했다.
군인으로서 자부심이 높은 슈타펜버그 대령(톰 크루즈)은 조국 독일을 사랑하는 충성스러운 장교다. 독재자 히틀러가 온갖 악행을 저지르자 슈타펜버그 대령 등 의식 있는 장교들은 반(反) 히틀러 세력으로 집결, 히틀러 암살 계획을 모의한다. 이들은 권력의 최상위층에 숨어 있는 비밀단체로 히틀러가 자신이 사망했을 때를 대비, 정부를 안정시키기 위해 세워놓은 ‘발키리작전’을 역이용 하기로 한다. 슈타펜버그 대령은 히틀러를 암살하기 위해 고성능 폭탄을 만들어 치밀한 계획을 세운다. 하지만 그의 앞에 뜻하지 않은 장애물이 나타나는데….
1940년대 독일을 배경으로 한 박진감있는 첩보전으로 배역으로서라도 전 인류를 공포에 몰아 넣은 히틀러의 모습을 스크린을 통해 보는 것도 흥미로운 볼거리다. 다만 감독은 호쾌한 액션보다는 짜임새 있는 드라마에 치중했다는 인상을 준다. 액션을 원하는 관객이라면 큰 기대는 하지 말것.
◇유감스러운 도시 = 한국형 ‘조폭’ 코미디 영화가 오랜만에 극장에 상영된다. ‘두사부일체’ 시리즈로 즐거움을 선사했던 정준호ㆍ정웅인ㆍ정운택 ‘정 트리오’가 다시 뭉쳐 기대를 모은다. 연출은 두사부일체의 2편인 ‘투사부일체’를 찍었던 김동원 감독이 맡았다. 폭력조직 보스 양광섭(김상중)을 검거하기 위해 교통순경 출신 형사 장충동(정준호)은 자신의 신분을 숨기고 깡패 조직에 잠입한다. 강력계 경찰은 아니지만 주먹 하나는 일류급인 장충동은 조직에 들어가 양아치 조직원 문동식(정운택)을 형님으로 모시며 이른바 ‘식구’ 생활에 들어간다. 양광섭도 경찰 조직의 비밀 정보를 캐내기 위해 건달 생활을 하는 동네 깡패 이중대(정웅인)를 형사로 만든다. 뒷골목 세계를 잘 아는 이중대는 형사로서 놀랄만한 실적을 올리며 경찰청 특수수사대로 잠입하는데 성공한다. 한명은 형사에서 깡패로, 또 다른 한명은 깡패에서 형사로 새로운 인생을 살게 되는 것. 이런 가운데 양광섭의 조직이 건설회사를 인수하기 위해 수백원의 자금을 필요로 하게 된다. 하지만 현금 동원이 어렵게 되자 양광섭은 자신의 오른팔인 쌍칼(박상민)을 시켜 러시아에 불법 물건을 수출하려고 계획한다. 이를 눈치챈 장충동은 목숨을 걸고 경찰 조직과 연락을 취한다. 물론 이중대도 경찰 조직의 비밀 정보를 쌍칼에게 흘리는데….
명절에 온 가족이 함께 즐기기엔 다소 부담스러운 소재의 조폭 코미디 일수도 있다. 하지만 웃음을 유발하는 대사와 상황 설정이 코믹하게 다가 온다. 이따금 지나치게 억지스러운 장면이 흠이라면 흠.
◇체인질링 = 노장 감독의 신작으로 1928년 미국 로스앤젤리스(LA)에서 실종된 아이가 뒤바뀐 실화를 바탕으로 제작된 영화다. 지난해 칸 영화제 공식 초청돼 화제를 모았던 작품이기도 하다. 크리스틴 콜린스(안젤리나 졸리)는 9살난 아들 월터와 한적한 교외에서 단둘이 사는 평범한 싱글맘이다. 어느날 직장에서 호출을 받고 늦게까지 일하고 돌아와 보니 아들 월터가 감쪽 같이 사라진다. 경찰에 신고했지만 유아 실종 사건은 24시간이 지난 뒤에야 수사가 가능하다는 사무적인 답변만 듣는다. 크리스틴은 백방으로 아들을 찾아 나서지만 사라진 아이는 어디에서도 발견되지 않는다. 5개월이 흐른 어느날 경찰이 실종된 아이를 찾았다고 연락해온다. 그러나 크리스틴에게 돌아온 아이는 월터가 아닌 낯선 꼬마. 경찰이 미제 사건을 해결해 자신들의 이미지를 높이기 위해 사건을 조작한 것이다. 당연히 친 엄마인 크리스틴은 자신의 아이가 아니라고 주장하지만 경찰은 그녀의 말을 믿지 않는다. 오히려 전문가들을 동원해서 그녀가 갑작스러운 일을 겪게 돼 아들을 제대로 알아보지 못하는 것이라고 설득하려 한다. 크리스틴은 이 사실을 기자들에게 폭로하겠다고 위협하며 맞서자 경찰은 뜻밖의 일을 꾸미는데….
지금의 시점에서 보면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려운 설정일지도 모르지만 100% 실화를 바탕으로 했다. 1920년대 미국 LA를 배경으로 당시 남녀차별이 얼마나 심했는지 간접적으로 엿볼 수 있다. 영화배우 출신인 감독은 할리우드 배우들에게 가장 함께 하고픈 감독 중 한명으로 꼽힌다고 한다. 감독 자신이 배우로 활동했기 때문에 그 누구보다 배우들의 입장을 잘 이해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 것. 연출력에 대해 말하자면 이제 거장의 반열에 완벽하게 올라섰다고 말해도 과언이 아닐 듯 싶다. 가족과 함께 관람하기를 추천한다.
◇쌍화점 = 지난해 말 개봉해 꾸준히 인기를 끌고 있는 유하 감독의 화제작. 조인성 주진모가 동성애 장면을 선보여 이목을 끌고 있는 작품으로 진정한 사랑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 보게 하는 영화다.
고려 공민왕(주진모)은 자식을 낳지 못한다는 이유로 원나라로부터 정치적 압박을 받는다. 원나라는 공민왕에게 후손이 없기 때문에 원나라 왕자가 고려의 세손이 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고민하던 공민왕은 자신의 친위 부대인 건룡위 대장 홍림(조인성)에게 뜻밖의 명령을 내린다. 왕후(송지효)와 동침해 임신하도록 만들라는 지시를 내린 것. 왕이 가장 믿을 수 있는 사람이 홍림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공민왕과 홍림은 오랫동안 동성애를 나눠온 연인 사이다. 홍림은 왕의 명령을 거부하다가 결국은 황후와 정사를 나눈다. 홍림과 왕후는 서로의 육체를 탐닉하게 되고 어느새 연인의 감정을 느끼게 된다. 하지만 공민왕이 두 사람의 관계를 알게 되고 노여워한다. 왕은 자신이 사랑하는 홍림을 벌하는 대신 왕후를 만나지 말고 자신에게 돌아오라고 설득한다. 홍림은 왕의 부탁을 받아들여 왕후를 저버리지만 왕후는 함께 달아나자고 애원하는데…. 영화 쌍화점은 제작비가 100억원에 이를 만큼 스케일을 자랑한다. 왕과 호위 무사의 사랑이란 동성애를 다뤘지만 호쾌한 액션도 눈여겨볼 만하다. 1,000여명의 배우와 스텝, 엑스트라가 동원된 대규모 연등회 장면도 인상적이다. 유하 감독은 총 6개월 동안 121회 촬영을 강행해 작품의 질적 완성도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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