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김정욱(39·가명)씨는 요즘 만나는 사람들로부터 "아직도 금연을 안하고 있느냐"는 질문을 받을 때마다 괴롭다.
김씨는 "올해 초부터 흡연량을 줄이기는 했지만 아직까지 끊을 생각은 없다"며 "이번 설에도 고향에 내려가 부모님과 친지들로부터 담배 끊으라는 잔소리를 들을 생각을 하니 벌써부터 스트레스가 밀려온다"고 말했다.
온 가족이 함께 모여 맛있는 음식을 먹으며 즐거운 한때를 보내게 되는 설 연휴지만 이런저런 얘기를 하다 보면 본의 아니게 상대방에게 마음의 상처를 주게 된다. 힘든 가사노동과 장시간 운전에 따른 육체적 피곤함보다는 상대방을 배려하지 못한 말 한마디가 더 큰 스트레스와 명절증후군을 유발할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특히 올해 설날의 경우 담뱃값 인상과 맞물려 이슈가 되고 있는 금연에 대한 얘기가 많이 오갈 수 있는데 "아직도 담배 못 끊었느냐" 등 힐난조의 말투는 피하는 것이 좋다.
김지욱 한림대 동탄성심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여럿이 모인 자리에서 '금연을 못했느냐'고 비난조로 얘기하는 것은 상대방에게 큰 수치심과 스트레스를 줄 수 있다"며 "지나치게 사생활을 간섭하는 질문은 피하는 것이 좋고 상대방이 금연할 의지가 없다면 관련 얘기를 아예 꺼내지 말아야 한다"고 당부했다.
굳이 금연 얘기를 하려면 상대방의 연령에 따른 요령이 필요하다. 흡연을 하는 부모님이 기침이나 기관지염 등의 증상이 있다면 "건강이 염려되니 건강검진을 한번 받아보시라"고 권유하며 전문가 상담을 통해 금연을 하도록 자연스럽게 권고하는 방식이 좋다. 대학생 조카에게 금연을 당부하려면 "요즘 어떤 금연 방식이 좋다고 하더라"며 가볍게 얘기하는 것이 좋다.
정치적 성향이 다른 사위와 장인이라면 최근 신임 총리 임명 등의 민감한 정치적 사안에 대한 대화를 피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정치와 종교적 주제의 경우 상대방을 설득하려다가 큰 싸움이 일어나는 경우가 다반사다.
설날 연휴가 졸업시즌과 겹쳐 있는 만큼 취업을 앞둔 졸업생이 있는 가정이라면 이에 대한 질문도 피하는 것이 좋다.
김선미 중앙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많아야 1년에 두세 번만 만나는 먼 친척의 경우 공통적인 화제가 없기 때문에 성적이나 취업·결혼 등을 대화 주제로 올리기가 쉽다"며 "그러나 평소 이러한 질문을 자주 받아온 상대방에게는 가볍게 건네는 질문이라도 굉장한 스트레스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따라서 근황 정도만 가볍게 묻고 즐거운 놀이 등을 함께하며 스트레스를 푸는 것이 좋다. 부인에게 "수고했다"는 말을 해주는 센스도 발휘하면 더할 나위 없다.
이문수 고려대구로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결혼과 취업 등의 민감한 주제보다는 연예·오락 등의 가벼운 주제로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 좋다"며 "많은 대화를 억지로 하기보다는 영화를 함께 본다든가 가까운 공원 등을 산책하며 명절 분위기를 느껴보는 것이 명절증후군 예방에 좋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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