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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 연휴 이후 현대자동차와 현대중공업이 다시 임금협상에 나서면서 노사가 접점을 찾을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특히 현대중공업은 상반기 조(兆) 단위의 적자를 기록한 가운데 강성노조 등장으로 20년 만에 파업 조짐을 보이자 업계에서 친화력이 좋기로 소문난 권오갑 사장을 새 사령탑으로 내세운 상태여서 위기 타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중앙노동위원회는 현대중 노조의 노동쟁의 조정신청에 대해 조정 연장을 결정해 현대중 노사는 10일간 추가 협상시간을 갖게 됐다. 지난 3일 노조의 조정 신청으로 10일간의 조정 기간을 가졌던 현대중공업은 이번 중노위의 결정으로 25일까지 조정 기간이 연장됐다. 이에 따라 노사는 16일부터 19일까지 4일간 집중교섭 자리를 갖게 됐다.
중노위의 결정으로 다시 한 번 협상 테이블에 앉게 된 현대중공업은 신임 권오갑 그룹기획실장 겸 사장이 구원투수로 등장함에 따라 노사 협상에 변화의 여지가 생겼다.
현대중공업을 글로벌 1위 조선기업으로 성장시킨 주역으로 평가 받는 권 사장은 2010년부터 현대오일뱅크를 이끌어오면서 적자의 현대오일뱅크를 흑자로 전환시켰다.
정유사 중 유일한 흑자기업으로 권 사장은 영업과 함께 노사 관계에서도 진정성을 바탕으로 섬세한 친화력을 발휘한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일례로 권 사장은 2010년 마지막 달 월급을 은행 자동이체 대신 '노란 월급봉투'를 준비했다. 권 사장이 직접 아이디어를 낸 노란 월급봉투에는 '귀하의 노고에 감사드립니다'라는 제목과 함께 서신까지 넣어 한 가정의 가장인 직원들의 기를 살리는 데 큰 역할을 했다.
이어 2011년 1월 무파업 선언식에서는 자신의 경기도 판교 집에서 기르던 진돗개가 새끼를 낳자 암수 한 쌍을 '화합의 상징'으로 노동조합에 선물하기도 했다.
이러한 권 사장의 섬세한 마음이 친정인 현대중공업에서 다시 빛을 발할 수 있을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아직 권 사장이 주주총회에서 대표이사로 승인 받지 못해 교섭대표가 되지 못한다"고 전제하면서도 "권 사장이 오면 경영 전반에 걸쳐 큰 역할을 할 것"이라며 기대감을 나타냈다.
회사는 최근까지 노조에 정기상여금 800% 가운데 700%를 통상임금에 포함하고 기본급 3만7,000원 인상도 제시했다. 성과금은 지급기준에 따라 지급하고 격려금으로 500만원도 주겠다고 제안했다.
하지만 노조는 월차가 폐지되면서 기본급이 올라도 이렇다 할 효과가 없어졌다며 거부했다. 통상임금도 모두 다 달라고 요구하며 교섭장을 박차고 나왔다.
노조는 집중교섭 기간인 17일에도 대의원대회를 열어 쟁의 발생을 결의하며 회사를 압박한다는 계획이다.
현대자동차 노사도 추석 연휴 이후 본격적인 협상에 나선다. 노조는 16일 대의원 간담회를 열고 협상 재개를 위한 앞으로의 일정을 논의한다.
지난 2일 합리적 실리 노선을 표방하고 있는 현 집행부(이경훈 지부장)는 회사가 '임금체계와 통상임금 개선위원회'를 확대 신설하고 2015년 3월까지 적용 시점을 포함한 개선 방안을 마련하겠다는 제안에 긍정적 반응을 보였다.
회사가 애초 '소송 결과를 보자'는 입장에서 상당히 물러선 안을 제시했지만 노조 내 다수 강경파에 의해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현 집행부와 각을 세우고 있는 강경파들이 '확대된 통상임금 곧바로 적용'이란 원칙을 고수했기 때문이다.
노조 내부 갈등은 임단협 때마다 등장한다. 2011년 8월 이경훈 지부장이 '2011년 단체교섭 결렬에 따른 조합원 보고대회' 연설 도중 자신의 왼쪽 새끼손가락을 스스로 자른 사건이 있었다.
당시 이 지부장은 회사를 상대로 "노조의 임단투 승리 의지를 보이겠다"며 이 같은 일을 벌였지만 실제는 경쟁 강경파들이 노조 집행부의 성과를 깎아내리고 교섭을 계속 방해하는 것에 대한 일종의 '경고'로 해석하는 시각이 다수였다. 이 지부장은 2일 교섭 중단 선언 후 현재까지 내부 수습에 매진하고 있다.
회사는 이전 협상에서 기본급 8만9,000원 인상까지 제시했었다. 현대차 조합원의 지난해 평균 임금은 9,400만원가량으로 이번 임금 인상에 호봉 상승까지 포함하면 평균 임금이 1억원이 넘을 것으로 추정된다.
노조가 내부 갈등을 봉합한다면 회사와의 교섭은 큰 이견이 없는 상태로 이르면 이번주 말 임금협상에 진전이 있을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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