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시절 방과 후 나무를 하러 갔을 때, 들에 소 풀 먹이러 다닐 때, 배가 출출하면 양파밭에서 주인 몰래 양파를 뽑아먹었던 기억이 있다. 배고플 때 먹던 양파의 단맛이 아직도 입가에 맴돈다. 음식을 만들 때 가장 많이 사용하는 식재료 중 하나를 꼽으라면 단연 양파를 뺄 수 없다. 특히 중국음식에는 양파가 안 들어가는 음식이 없을 정도로 양파를 많이 사용한다. 기름진 중국 음식은 산뜻한 맛을 내는 양파와 기가 막히게 궁합이 잘 맞는다. 양파 특유의 맛을 내는 '유화프로필'이라는 성분이 몸에 들어온 영양분이 지방으로 변하는 것을 막아주기 때문이다. 또한 양파는 콜레스테롤을 분해하고 혈압을 내리는 효과도 있어 성인병 예방에도 좋다. 이런 이유로 기름기 투성이 음식을 많이 먹는 중국인들 중에도 날씬하고 건강한 사람이 많다. 양파는 칼슘과 철분을 풍부하게 함유하고 있고 신진대사를 촉진해 피로회복과 스태미나 증진에 도움을 준다. 따라서 허약 체질이나 원기 회복이 필요한 환자에게도 좋다. 또한 인슐린 분비를 촉진시켜 당뇨병 예방과 치료에도 도움을 준다. 이 밖에도 위와 장의 점막을 자극해 소화를 돕고 간의 해독 기능을 강화해 숙취 해소에도 좋다. 양파는 수만년 동안 인류의 양식으로 쓰였던 것으로 추정되며 재배 기간만 해도 4000년이 넘었다고 한다. 원산지는 중앙아시아와 인도 서북부 지역으로 전해지며 우리나라에는 조선 말 미국과 일본에서 전래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오늘날 우리나라에서 양파가 가장 많이 나는 곳은 전남 무안이다. 무안은 전국 양파 생산량의 20% 정도인 21만톤을 생산하고 있다. 우리가 먹고 있는 양파 다섯 개 중 한 개는 무안에서 온 것이라는 의미다. 무안 양파는 알이 굵고 단단하며 아삭한 식감이 좋고 단맛이 강하다. 이는 게르마늄을 풍부하게 함유하고 있는 양질의 황토에서 재배되기 때문이다. 또한 바로 곁에 있는 바다에서 불어오는 신선한 해풍과 염기덕분에 병해충을 예방할 수 있어 최고의 품질을 자랑한다. 최근에는 웰빙 트렌드와 맞물려 즙에서 주스까지 다양하게 가공해 손쉽게 먹을 수 있는 제품도 생산되고 있다. 현재 무안에만 해도 200개가 넘는 가공업체가 있다. 요즘 바쁜 도시생활 속에서도 양파즙이나 주스로 건강관리를 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고 한다. 양파는 값도 싸고 먹기도 편하다. 거기에 건강에 좋은 다양한 효능까지 겸비하고 있으니 이 보다 더 좋은 보약이 없을 것이다. 이제 아침 저녁으로 날씨가 제법 선선해졌다. 올 가을 건강식으로는 양파를 선택해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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